전자렌지 3분이면 뚝딱… 이마트, CJ제일제당 등 '한식 반찬' 인기몰이
  • ▲ 비비고 명절 가정간편식 연출컷. ⓒCJ제일제당
    ▲ 비비고 명절 가정간편식 연출컷. ⓒCJ제일제당

    "이렇게 많이 남을 걸 왜 그렇게 하루종일 부쳤대. 힘든데 내년부터는 그냥 한 접시 정도만 하고 말아"라는 핀잔에 어머니는 "송편 안 빚는게 어디냐"고 답했다. 명절 당일 집으로 돌아온 어머니는 자리에 누워 꼼짝도 못하고 앓는 소리를 내셨다.

    우리의 어머니 세대는 그랬다. 엄마와 작은엄마는 신문지를 깐 부엌 바닥에서 아침 일찍부터 저녁까지 전을 부치고, 탕을 끓여냈다. 명절이 끝나면 전은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그 전을 다시 데워먹고, 남은 명절음식 재활용 방법을 검색하다보면 남은 전들엔 곰팡이 꽃이 피어났다.

    며칠 전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밥을 먹는 내내 허리를 부여잡고 있었다. 두달 후 출산을 앞둔 친구의 배는 불룩 솟아있었다. 그녀는 "그래서 명절 음식 가정간편식 어떤 게 가장 괜찮아? 저번 설에도 가정간편식으로 했는데, 양이 좀 적더라고"라고 했다.

    막내 동생을 등에 업고도 전을 부치던 어머니 생각이 났다. 포장을 뜯어 3분만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되는 것을, 그 때 왜 어머니는 기름이 튀어있는 신문지 위에 앉아있어야만 했을까?.

    이마트는 자체브랜드(PB) '피코크' 간편식 매출이 늘어나면서 이번 추석에도 피코크 제수 음식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61% 늘어난 2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간편식 브랜드 ‘비비고’를 통해 떡갈비, 불고기, 동그랑땡, 해물완자 등 다양한 제수음식을 판매 중인 CJ제일제당에 따르면 비비고 한식 반찬의 매출은 지난 설에만 약 170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이번 추석에도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푸드 역시 빈대떡과 같은 전 요리의 경우 지난 설 연휴 동안에 평소 대비 250% 이상 매출이 늘어나는 등 명절 구매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식품업체 홍보 담당자는 추석 전부터 휴가를 냈지만 추석 전날 본가에 내려간다고 말했다. 시댁이 불편할 아내를 배려해서다. 게다가 이번 명절 음식은 가정간편식으로 한단다.

    부모님이 싫어하지 않으시냐 물으니, 되려 왜 싫어해야 하냐고 반문한다. 그는 "요즘은 부모님들도 편한게 좋으신지, 가정간편식 쓰자고 먼저 하세요. 며느리 눈치도 좀 보시는거 같고"라고 덧붙였다.

    가정간편식은 어쩌면 명절을 둘러싼 갈등에 가장 필요한 '해결사'가 아닐까. 고부갈등이니, 명절증후군이니 하는 것들이 완전히 사라지기는 힘들 것이다. 음식을 안해도 명절을 전후해 부부싸움이 크게 늘어난다고 하니 말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며느리들이 좋아하지도 않는 전을 부치지 않을 용기를 주고 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세상에 없었던 가정간편식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