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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헬스 업계가 의료계의 원격의료 결사반대에 초조해하고 있다.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에서는 속속 원격의료를 도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만 뒤처지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의료서비스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제한적 원격의료 도입을 추진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군부대, 교정시설, 원양어선, 산간도서벽지 등에 한해 의료인-환자 간 원격의료를 제한적으로 허용할 것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원격의료가 전면 도입될 경우 의료 소외계층 120만명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의료인-환자 간 원격의료 행위는 불법이다. 국내에서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등 의료진끼리 자문하는 형태의 원격의료만 가능하다.
이에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등 의료인 단체들은 일제히 원격의료 도입 반대 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오진의 가능성 증가, 개인정보 유출, 기기 구축비용 증가, 과잉 진료, 대형병원 쏠림현상 등을 유발한다는 이유에서다.
의협 관계자는 "원격의료를 도입하면 자본력을 갖춘 병원급 의료기관들이 지역 구분 없이 환자 유치가 가능해져 의료전달체계 붕괴가 심화될 것"이라며 "대면진료가 곤란하다면 의사의 방문진료, 병원선, 응급헬기 등을 활성화하고 수도권으로 쏠린 의료자원을 합리적으로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바이오·헬스 업계는 해외의 경우 원격의료를 도입한 상황에서 국내만 뒤처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일본은 인구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난 2015년부터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원격의료를 전면 시행 중이다. 중국도 2016년부터 병원과 환자 간의 원격의료를 시작했다.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IT기업들도 원격의료 서비스 투자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원격의료시장이 연 평균 9.8% 성장하고 있으며, 전체 진료 6건 중 1건이 원격의료를 활용하고 있다. 캐나다는 전 국민의 21%가 원격진료의 혜택을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원격진료 시스템을 바탕으로 첨단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국내는 각종 규제에 막혀 있는 형국"이라며 "이 때문에 해외 진출을 통해 활로를 찾는 업체들도 많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SK텔레콤은 국내를 벗어나 중국 모바일 헬스케어에 진출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2023년까지 중국 의료기관 200곳에 만성질환 관리 솔루션을 구축할 예정이다. 서울대병원과 SK텔레콤의 합작 회사인 헬스커넥트는 지난 2011년 설립된 이후 국내 규제 탓에 원격의료 사업을 펼치지 못해 적자를 이어왔다.
스마트헬스케어 업체 네오펙트는 환자가 원격의료를 통해 집에서 재활치료할 수 있는 의료기기를 개발했으나 국내에서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 원격의료가 허용된 미국 내에선 해당 기기를 사용하는 환자 수가 600여명을 넘어섰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법적 환경이 조성되면 폭발적으로 원격의료 관련 기기나 서비스가 시장에 출시될 것"이라며 "이미 원격의료를 시행 중인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해 정확성과 신속도가 높은 원격 의료 기기·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시장이 빠르게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