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보관 온도조절 장치 없이 택배·퀵 배송… 변질 우려배송 중 의약품 파손 등 하자 책임 환자 감수 동의서 받아
  • ▲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데일리
    ▲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데일리

    국회에서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의 의약품 보관·공급 체계가 총제적으로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개최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국정감사에서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당 문제를 제기하며 개선을 촉구했다.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이하 센터)는 국내에서 유통되지 않는 희귀의약품을 환자 대신 해외에서 수입하고 보관·조제해 환자에게 공급한다. 시장성이 없어 민간에서 생산·수입하지 않은 희귀약을 복용하고 있는 희귀병 환자들에게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날 전 의원은 직접 센터를 방문해 점검한 의약품 보관·배송 실태에 대해 지적하며 개선을 촉구했다.

    전 의원에 따르면 센터는 의약품 조제 등의 작업 공간 자체가 구분돼 있지 않았다. 7평 남짓한 공간에 냉장고와 작업대가 비치되어 있는 창고에서 의약품 보관·포장 배송 작업이 이뤄지고, 조제실은 조제실 기능 없이 창고로 쓰이고 있었다.

    의약품의 보관·배송도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지 않았다. 의약품들을 보관할 장소가 부족해 일반 사무실에 쌓아놓고 있었던 것이다. 해당 사무실의 온도는 28.2도로 대한민국 약전상 규정하고 있는 15~25도(상온보관 기준)를 초과해 의약품 변질 위험이 높은 상황이었다.

    센터는 의약품 배송 시 아이스박스에 의약품과 아이스팩을 넣어 택배·퀵서비스로 환자에게 보내고 있었다. 이동 거리에 따른 온도 유지는 물론, 충격에 의한 파손에 대한 대책이 미비했다. 센터는 연 1만 5000건의 의약품 배송 중 1만 2000여 건을 이러한 방식으로 배송하고 있었다.

    전 의원이 센터 외에 민간 의약품 유통업체를 추가로 방문해 확인한 결과, 적정 온도를 항시 유지하는 설비를 갖추고 있었다. 전문적인 냉장배송 시스템을 통해 적정 온도를 유지하며 의약품을 배송하고 있었다.

    식약처의 '의약품 유통품질 관리기준(KGSP) 해설서'를 살펴보면, 의약품 보관 시 규정된 온도를 항상 유지해야 한다. 의약품을 배송할 때에는 규정된 온도로 유지된 냉장용기에 넣어 출고해야 한다. 전 의원은 "민간에 요구하는 기준을 국가기관인 센터가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현실"이라며 "이건 정부의 갑질이 아니냐"고 물었다.

    식약처 관계자는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센터는 의약품의 변질 위험에도 불구하고 ‘배송 관련 하자가 발생할 경우 센터의 귀책사유가 사회통념상, 명백하지 않는 한 센터의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의약품 배송 동의서를 환자에게 받고 의약품을 전달하고 있었다. 이러한 배송 과정으로 인한 파손에 대한 식약처나 센터의 보상이나 무상 재배송은 없었다.

    전 의원은 "이 같은 비정상적인 운영은 실낱같은 생명의 끈을 잡기 위해 센터의 문을 두드리는 환자에 대한 배신이라고 생각한다"며 "식약처는 센터의 시설·인력, 배송·추적관리 시스템을 정밀 진단해 희귀필수의약품들이 적시에 안전하게 환자들에게 공급될 수 있는 대책을 즉각 수립·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센터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왔지만 기재부와 자금운용상황 때문에 어려운 면이 있었다"며 "보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