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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들이 내달 1일 일제히 첫 5G 전파를 송출할 예정인 가운데, 정부가 조속히 제로레이팅를 전면 허용해야한단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통사들의 가입자당 매출이 하락하는 추세 속에서 소비자들이 5G에 대한 추가적인 요금을 지불할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제로레이팅이 5G 잠재력을 최대화하기 위한 방안임에 공감하면서도, 아직 공식적인 도입을 망설이고 있어 관련 정책 도입이 시급하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로레이팅이란 '동영상·음원 스트리밍·게임' 등 특정 콘텐츠를 이용하면서 소비하는 데이터를 과금하지 않거나, 소액의 정액을 내고 이용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3000원, 5000원, 1만원 등 소액을 내고 동영상·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데이터 걱정 없이 무제한으로 이용하는 것도 제로레이팅에 속한다.
통신사들은 현재까지 자사 콘텐츠 위주로 제한적 제공을 하고 있다. SK텔레콤의 T맵, 옥수수, KT의 원내비, 지니, 올레TV모바일, LG유플러스의 스마트초이스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정부는 제로레이팅이 5G 시대를 앞두고 1인당 데이터 이용량 폭증에 대비하는 방안임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첫 5G 전파 송출을 보름여 앞둔 현재까지도 해당 논의를 질질 끌고있다.
업계의 우려는 '5G 혼용모드(NSA . Non-Stand-Alone/ LTE + 5G 복합규격)'에서의 속도와 4G LTE 환경에서의 속도 차이가 크지 않아 제로레이팅을 강화하지 않을 경우 소비자들이 비싼 5G 요금제를 선택할 필요가 없는 만큼, 향후 5G 인프라 구축 등 천문학적인 투자 비용에 대한 부담을 걱정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시말해, 각종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쓸수 있도록 해 고객들이 5G의 추가 요금을 자연스레 부담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통사들은 향후 5년간 7조~10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규모의 5G 투자 비용을 추산하고 있다. 정부의 더딘 정책 추진 속도로는 5G 투자 비용 회수는 커녕, 오히려 이통사들의 투자 속도를 늦추게 할 뿐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미국과 EU 등은 제로레이팅을 규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이용자의 이익과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행위가 발생할 때 사후적인 규제만을 한다. 특히 미국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2017년 12월 망 중립성을 폐기하고 제로레이팅을 전면 허용한 상태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통신사, 인터넷기업, 연구기관, 시민단체 등과 함께 구성한 '5G 통신정책협의회'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지만, 국내 5G 기술 개발 속도와 발을 맞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로레이팅은 5G 상용화 이슈가 대두되던 올초부터 논의됐던 사안인데, 서비스 첫 송출을 보름여 앞둔 현재까지 아무런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면서 "다양한 서비스 형태가 개발되고 있는 시점에서 규제 일변도의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자율주행차, 스마트로봇 등 5G B2B 서비스들이 자리 잡는데 상용시점부터 1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는 분석들이 지배적이지만, 제로레이팅 강화를 통해 5G B2C 사업을 빠르게 구축해 나간다면, 그 안에서 스마트 교통, 스마트 물류 등 다양한 서비스가 활성화 돼 B2B용 5G 서비스 등장 시기는 더욱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