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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이 새해 시작과 함께 낭보를 알렸다.
미국 제약기업 길리어드와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치료 신약후보물질에 대해 7억8500만달러(약 88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은 간에 지방 축척과 염증을 특징으로 하는 만성 진행성 질환으로서, 간손상 또는 섬유화를 유발해 간기능을 손상하는 질환이다. 해당 환자는 말기 간질환, 간암 및 간이식과 같은 심각한 결과로 발전할 수 있으며 높은 사망 위험성을 갖는다.
이로써 유한양행은 지난 1년새 총 3건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7월 미국 스파인바이오파마에 퇴행성디스크질환 치료제 'YH14618'을, 이후 11월 존슨앤존슨(J&J)의 자회사인 얀센 바이오테크에 폐암치료제 '레이저티닙'을 기술수출한 것에 이은 쾌거다.
유한양행은 3건의 기술수출로 계약금만 총 6565달러(약 730억원)을 받게 됐다. 이는 2017년 영업이익 804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계약과 동시에 지급받으면서 반환의무가 없는 계약금으로만 1년치 영업이익을 벌어들인 셈이다.
폐암치료제인 '레이저티닙'은 임상결과가 발표되면서 기술수출에 대한 가능성을 높게 인정받아왔다.
하지만 이번에 기술수출한 비알콜성지방간염 치료제는 다소 뜻밖의 결과다.
유한양행은 그간 비알코올성지방간염 분야에서 총 4개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기술수출한 파이프라인은 신약후보물질 전단계 연구 중인 프로젝트다.
아직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단계에도 진입하지 않은 초기 후보물질이 1조원에 가까운 규모의 기술수출을 이뤄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특히나 해당물질을 사간 길리어드는 간염치료제 분야 글로벌 선두기업인 만큼 성공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레이저티닙이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성과라면 비알콜성지방간염 치료제는 유한양행의 자체 개발 후보물질이라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번 기술수출은 유한양행과 길리어드의 오랜 파트너 관계가 가져온 성과로도 볼 수 있다.
유한양행은 길리어드의 B형 간염 치료제, C형 간염 치료제, 에이즈 치료제 등을 공동판매하며 파트너십을 유지해왔고, 원료의약품 부문에서도 자회사 유한화학이 길리어드의 주요 품목 원료를 공급하면서 수출에서 뗄 수 없는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길리어드가 유한양행과 파트너 관계를 이어오며 파이프라인에 주목해왔기 때문에 전임상단계 물질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길리어드는 비알콜성지방간염 치료제 개발에서 선두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데, 최근 유효성 미흡이나 부작용 발생 등의 악재가 이어지며 유한양행의 물질을 택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임상단계로 실패확률이 높지만 개발에 성공했을 경우 가치가 훨씬 크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에 앞서 기술수출 포문을 연 퇴행성디스크질환 치료제도 유한양행이 자체 개발한 물질이다. 유한양행이 지난 2016년 임상중단했지만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스파인바이오파마가 기꺼이 해당물질을 사간 것이다.
이로써 유한양행은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전략은 물론 자체 개발역량까지 입증받게 됐다.
그간 도입신약의 비중이 높다는 비난에 서 있던 유한양행이 스스로 약점을 극복하게 된 셈이다. 오히려 이번 길리어드와의 기술수출은 글로벌 제약사와의 파트너 관계를 통해 자사 파이프라인의 경쟁력을 알리는 기회가 됐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로 평가받는 계기가 됐다.
외형키우기에서 R&D투자로 체질개선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이정희 사장의 뚝심이 유한양행을 제약업계 기술수출 강자로 우뚝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