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지원 절실… 日, 정부 주도로 기업-학계 연결해 신약개발 AI 연구 중과기정통부, 바이오헬스 분야 R&D에 3952억원 투입 예정… 전년比 5.5%↑제약협회, AI신약개발지원센터 추진단 출범… 신약개발 AI 플랫폼 구축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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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인공지능)를 활용한 신약개발이 현실로 다가왔다. 4차산업혁명을 주도하는 대표 산업으로 제약바이오 분야가 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AI는 신약개발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으로 발길을 재촉하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게 AI 활용은 필수가 될 전망이다.

    뉴데일리경제는 2019년을 맞아 신년기획으로 'AI 활용으로 달라지는 제약 R&D 변화'를 조명한다. <편집자주>


    AI를 활용한 연구·개발(R&D) 플랫폼이 구축돼야 한다는 필요성은 절실하지만, 국내 제약사들이 추가적으로 투자를 늘릴 여력은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되는 이유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는 최근 AI를 활용한 신약개발 지원과 약가 우대 등을 토대로 한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제약산업육성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보건복지위원회 오제세 의원과 남인순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법안이 통합된 것이다.

    이번 법 개정에 따라 향후 '제약산업 육성·지원 종합계획'에 'AI를 이용한 신약개발 지원계획'이 포함될 예정이다.

    AI 신약개발의 필요성은 절감하면서도 추가 투자 여력이 없던 제약·바이오 업계는 반기는 분위기다. 각 기업별로 주요 파이프라인의 글로벌 임상 진행 등에 따른 R&D 비용 투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어 새로운 플랫폼 구축을 위한 추가 투자가 힘든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AI에 대한 이해 부족 ▲IT·BT 산학연(산업, 학교, 연구소) 참여자들이 겪는 현실적 어려움 ▲데이터 활용 관련 제도적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중립적인 추진 주체와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배영우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이하 제약협회) 4차산업 전문위원(메디리타 대표이사)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규모나 기술적인 측면에서 글로벌 제약사와 격차가 크다"며 "정부에서는 정책적으로 협력 환경 조성을 지원하고 제약협회가 중심이 돼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조율·연결해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정부 주도로 신약 개발 AI를 만들기 위해 민간 기업과 학계를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은 정부 산하 연구소인 이화학연구소와 교토대학이 협력하고 일본 문부과학성이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LINC(Life Intelligence Consortium)을 출범해 일본형 신약 개발 AI를 만들기 위해 협업하고 있다.

    LINC는 일본 이화학연구소가 주도하고 전국적으로 수십개의 의료기관과 제약·헬스케어 분야 기업들이 참가한다. 제약사가 AI 테마를 제안하면 학계에서는 관련 기술을 제공하고 IT기업에서 실제 AI 프로그램 개발에 나서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도 정부 주도로 AI 신약개발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지난 1일 '2019년도 과학기술·ICT(정보통신기술) 분야 R&D 사업 종합시행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과기정통부는 신약, 정밀의료, AI 신약 플랫폼 구축 등 바이오헬스 분야 R&D에 전년보다 5.5%(207억원) 증가한 3952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신규 사업으로는 ▲혁신신약 파이프라인 발굴사업(80억원) ▲오믹스 기반 정밀의료 기술개발사업(60억원) ▲AI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사업(50억원)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AI 대학원 3개를 신설해 인재 양성에도 힘을 보탤 계획이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2월 'AI+빅데이터 활용 차세대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가 R&D 사업을 통해 축적된 50여 만건에 이르는 연구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AI를 개발함으로써 후보물질 발굴 기간을 평균 5년에서 최대 1년까지 단축시키겠다는 목적에서다. 이를 위해 한국화학연구원을 중심으로  AI 전문기업과 연구소, 신약개발 연구자가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플랫폼 개발에 착수했다.

    정병선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개발한 AI 플랫폼은 검증 작업을 거쳐 연구자나 기업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올해 말에는 공개할 방침"이라고 언급했다.

    제약협회도 제약사들의 AI 신약개발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와 규모·기술력 격차가 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신약 개발 R&D 역량을 빠르게 키우기 위해서는 AI 기술 활용이 필수라는 판단에서다.

    제약협회는 지난해 3월 'AI신약개발지원센터 추진단'(이하 추진단)을 출범했다. 제약협회는 연내에 AI신약개발지원센터를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국내 제약사 24곳과 추진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AI 플랫폼 구축을 위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해당 TF의 리더는 대웅제약, 일동제약, 한미약품에서 선출됐다.

    지난해 10월에는 'AI 파마 코리아 콘퍼런스 2018'을 개최해 세계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사례를 공유하며, 국내 AI 개발사들의 기술을 통해 AI 활용 신약 개발 솔루션을 모색했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추진단을 통해 장기적으로는 국내의 오픈 가능한 데이터 활용을 촉진하고 AI신약개발지원센터 설립·운영을 위한 정부 지원도 요청할 계획"이라며 "연내 AI신약개발지원센터 설립을 목표로 민관이 협업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대한 공공 오픈 데이터를 중심으로 AI 플랫폼에 학습,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국가와 민간이 함께 투자하고 인프라가 필요하다"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AI를 활용하면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줄고, 제약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