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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 전문가들이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의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가 고의 분식회계를 했다는 판단에 대해 '무리수'라고 비판하며, 본안소송에서 사법부가 공정한 판결을 내리길 기대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삼바-증선위 행정소송의 쟁점과 전망'을 주제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해당 토론회에는 상법·회사법 전문가로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삼현 숭실대 법대 교수, 거시경제 전문가로는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기업법무 변호사로는 최승재 대한변협 법제연구원장이 참석했다. 좌장은 김영용 전남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맡았다.
◆ 증선위 '고의 분식회계' 판단 오류 지적
이들은 참여연대가 내세운 주장에 대해 논박하며, 증선위의 고의 분식회계 판단의 오류를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최준선 교수는 "(증선위의) 고의 분식회계 주장은 논리나 팩트 모두 근거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증선위 판단의 근거는 바이오젠에 합작계약상 동의권이 있다는 것과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지배권이 분할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바이오젠이 가진 동의권은 단순 방어권에 그친다고 맞받아쳤다.
최 교수는 "당시 바이오젠이 가진 동의권이라는 것이 신제품 추가, 판권 매각, 인수합병(M&A) 등 예외적인 상황에 적용되는 등 바이오젠과 에피스의 이해관계가 충돌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한 동의일 뿐"이라며 "이는 바이오젠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단순 방어권이기 때문에 K-IFRS에 따라 지배력 요건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동근 교수는 "증선위의 고의적 분식회계 판정은 삼바를 넘어 삼성물산 등 삼성그룹 전반으로 문제를 확산시킬 수 있다"며 "2015년 합병 이전으로 문제를 확대시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의 부당성을 제기하는 길을 터준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시민단체는 삼바 회계처리 문제를 줄기차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후계구도와 연결시켜왔다"며 "증선위의 분식회계 판정은 결과적으로 시민단체에 힘을 실어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해석했다.
삼바의 가처분 신청이 인용됐지만 본안소송에서 패소하면 삼바는 2012~2014년의 에피스 회계를 재작성해야 한다. 이 경우 삼바가 소급적용해서 재무제표를 수정해야 하는 것은 물론, 모회사인 삼성물산도 재무제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조 교수는 "미개한 정치권이 미래의 먹거리를 걷어차고 있다"며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증선위가 특정 시민단체의 논리를 서포트해주고 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
이들은 삼바 사태의 쟁점을 새로운 회계기준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혼란이라고 짚었다.
전삼현 교수는 "이번 삼바 사건은 종래의 회계기준인 미국식의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 방식으로부터 유럽식 국제회계기준인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방식으로 변경, 적용하는 과정에서 명확한 회계기준을 정립하지 못해 혼란이 초래된 사태"라고 진단했다. 조 교수는 "삼바를 둘러싼 문제는 결국 K-GAAP와 K-IFRS의 충돌이 빚어낸 엇박자"라고 언급했다.
최승재 변호사도 이번 삼바 분식회계 사건의 특수성이 K-IFRS 도입에 기인한 것이라고 봤다.
최 변호사는 "종래의 전통적인 분식회계는 팩트가 발견되면 다툼의 여지가 없었다"며 "(분식회계를 저질렀는지) 몰랐다고 주장하기도 어렵고 고의라고 봐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요즘 분식회계의 특징은 우리나라 회계기준이 국제회계기준(IFRS)으로 바뀌면서 판단의 여지가 다수 생겼다는 점"이라며 "각자의 입장에서 판단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규정 중심이었던 기존 회계기준인 GAAP와 달리, IFRS는 원칙중심의 회계처리 방식이다. 다양한 산업계의 특성에 따른 회계처리를 존중하게 위해 지난 2011년 국내에 전면 도입됐다. 기업과 전문가의 자율적인 회계처리 판단이 많이 개입된다는 특성이 있다.
삼바 사건은 금융당국이 IFRS를 무리하게 도입해 빚어진 결과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최 교수는 "미국에서 엔론사태가 발생하면서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한다고 생각해 IFRS 도입을 고려하게 됐다"며 "미국은 준법심사 비용(Compliance cost)이 심하게 들고 감독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고심 끝에 IFRS 도입을 포기했다"고 언급했다.
일본도 마찬가지 이유로 IFRS 도입을 포기했지만, 한국은 회계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1년 IFRS를 도입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 집행정지 판결, 본안소송에 '청신호'로 작용할까?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박성규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삼바가 증선위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를 인용했다. 이로써 대표이사 해임권고, 과징금 80억원 부과 등의 제재 효력이 중지됐다.
이들은 행정법원의 이번 판결이 본안소송에 '청신호'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최 변호사는 "통상적으로 (집행정지 신청 소송의 경우) 심문하고 2주 남짓 지나서 판결하는 경우가 많다"며 "삼바 사건은 1개월이나 지나서 결정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법원이 매우 심각하게 고민해서 판단한 것"이라고 봤다.
이어 "집행정지 결정이 곧 삼바의 회계처리가 정당했다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졌다는 건 향후 본안소송에서 이번 사안을 심도있게 다퉈볼 만한 여지가 있다는 신호를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본안 소송에 ▲기업심사위원회가 개선기간 없이 즉시 삼바 주식 거래재개를 결정한 사실 ▲행정법원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 등이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주식거래가 재개된 첫날 삼바의 주가가 정지 직전일 대비 17% 오른 점도 본안 판결에서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봤다.
조 교수는 "법과 제도의 안정성을 해친 것은 아픈 대목이지만 본안 소송에서 마땅히 바로잡혀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