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단 따라 L0 퇴직자 1000여명 퇴직소득세 경정청구 판가름 비정규직 과거 근속연수 인정 여부 쟁점, 저임금 직군 차별해소 대두
  • KB국민은행 ‘L0(엘 제로)’ 직군 퇴직자들이 정규직 전환 전 경력을 인정받고 과도하게 지급한 퇴직소득세를 돌려달라고 낸 2심 소송에서 승소하자 국세청이 이에 불복해 상고하기로 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은 국민은행 퇴직자들이 각 주소지 관할 세무서를 상대로 이같이 낸 고등법원 소송 결과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각 세무서 소송을 대리는 정부법무공단이 맡았다.

    소송의 발단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민은행 L0직군은 2014년 무기계약직 노동자 27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며 신설된 직군이다. 은행은 이들을 2014년부터 신규 채용한 것으로 보고, 직급 전환 전 근무기간 중 일부만 근속연수로 인정해줬다. 

    직급 전환 전 근속기간의 25%, 최대 60개월까지만 인정해준 것인데 20년을 근무했어도 근무경력을 5년만 인정받게 된 셈이다.

    이후 2016년 말 국민은행이 10년차 이상 근무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 퇴직자 2800명 중 L0직군 노동자 100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문제는 L0 퇴직자들의 근무경력 인정이 실제보다 짧아 퇴직소득세를 과도하게 내면서 불거졌다. 퇴직소득세는 퇴직금에서 정률공제액(40%)을 빼고, 근속연수에 따른 공제액을 차감해 나오는 금액(과세표준액)을 토대로 계산된다. 즉 근속연수가 길수록 공제받는 돈이 많아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민은행에 22년 근무한 L0 노동자가 근무경력을 5년만 인정받고 퇴직할 경우 근속연수에 대한 공제액은 150만원이다. 그러나 비정규직으로 일한 근속연수를 모두 인정받으면 1440만원을 공제받게 된다.

    국민은행은 L0 퇴직자마다 다르지만 1인당 평균 2000만원 정도의 퇴직소득세를 더 낸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40여명의 L0 퇴직자들은 회사가 L0직군 전환 전의 근속기간을 일부 미인정하면서 퇴직소득세가 과도하게 징수됐다며 각 세무서에 경정청구를 했다. 경정청구란 납세 의무자가 과다납부한 세액을 바로잡을 것을 요청하는 행위를 뜻한다.

    이 중 절반이 받아들여져 퇴직소득세를 돌려받았다. 

    그러나 일부 관할 세무서가 이를 기각하면서 각 주소지 관할 지방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7일 서울고법에서 처음으로 2심 판결이 나온 것이다.

    재판부는 “L0직군으로 전환하면서 퇴직금 정산과 신규채용 절차를 거쳤다고 하더라도 이는 근로형태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절차에 불과하다”며 “그로 인해 원고와 국민은행 간의 근로관계가 실질적으로 단절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소송을 진행 중인 각 세무서가 일괄로 2심에 불복해 상고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면 과거 L0 퇴직자들의 세무서별 경정청구 인용 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국민은행 소송을 계기로 저임금직군 차별해소에 대한 도화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