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현대백화점그룹, 유통업계 초유의 2인 회장 체제 도입배경에는 남매-형제경영… 장자 승계 속 형평성 고려한 듯현대백화점그룹 ‘형제경영’, 신세계그룹 ‘계열분리’ 선택
  • ▲ 왼쪽부터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정유경 신세계 회장.ⓒ신세계그룹
    ▲ 왼쪽부터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정유경 신세계 회장.ⓒ신세계그룹
    유통업계에서 새로운 '경영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신세계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에서 남매, 형제 경영자가 나란히 회장에 승진하면서 전례 없는 복수회장 체제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대체로 그룹의 최고 수장을 일컫는 회장이라는 자리는 오너 한명에게만 주어져 왔다. 

    여기에는 신세계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의 남매-형제경영 체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은 최근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각각 2명의 회장체제로 전환됐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3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취임에 이어 지난달 30일 인사에서 그의 동생인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이 회장으로 승진했다. 현대백화점그룹도 지난달 31일 정기 임원인사에서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의 동생인 정교선 현대홈쇼핑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했다.

    두 그룹 모두 2명의 회장이 동시에 존재하는 체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신세계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 모두 남매-형제 경영체제가 이뤄져 왔다는 점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의 장남인 정용진 회장이 그룹 전반을 총괄하고 장녀 정유경 회장이 백화점 부문을 담당하는 체제였다. 현대백화점 역시 정지선 회장이 그룹 전반을, 정교선 회장이 현대홈쇼핑 경영을 총괄하는 체제를 이어왔다.

    2명의 회장체제가 됐지만 역할 자체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정유경 회장은 (주)신세계 회장을 맡았으며 정교선 회장 역시 현대홈쇼핑 회장이다. 두 그룹 모두 최고 경영자는 변함 없이 이어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이 2회장 체제로 전환된 것을 두고 남매-형제경영 과정에서 형평성을 고려한 선택이라는 시각이 많다. 장자 중심으로 경영돼 온 현 상황에서 동생의 역할을 더 키워주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남매간 혹은 형제간 갈등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부연도 따라붙는다. 
  • ▲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교선 현대홈쇼핑 회장. ⓒ현대백화점그룹
    ▲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교선 현대홈쇼핑 회장. ⓒ현대백화점그룹
    실제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의 최대주주인 반면 정유경은 그룹의 반쪽인 신세계의 최대주주다. 정용진 회장이 지난 3월 회장에 취임한 상황에서 정유경 회장이 승진을 하지 못하면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사정이 조금 다르지만 결론은 유사하다.

    지난해 11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면서 정지선 회장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정지선 회장은 지주회사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지분 39.7%를 보유 중인 반면 정교선 회장의 지분은 29.1%이다.  당초 현대백화점이 현대백화점지주와 현대그린푸드지주로 각각 형제간 지배력을 나눌 계획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 지배구조에서는 정교선 회장의 형평성 문제도 잠재돼 있다.

    이로 인한 두 그룹의 차이점도 발생한다. 현대백화점은 이번 정교선 회장의 승진을 통해 ‘형제경영’을 공식화 한 반면 신세계그룹은 정유경 회장의 승진과 함께 계열분리를 공식화했다.

    방식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이마트 부문의 계열사들과 신세계 부문의 계열사를 각각 나눠 분리되는 구조가 유력하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회장 체제를 ‘형제경영’의 기회로 삼은 반면 신세계그룹은 2회장 체제를 계열분리 이전의 과도기적인 상황으로 정의한 셈이다. 이들의 차이가 향후 유통업계 경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미지수다.

    재계 관계자는 “형제간 공동경영도, 계열분리도 모두 안고 있는 약점와 강점이 있다”며 “본질은 회장의 수가 아니라 얼마나 오너일가 간에 갈등없는 경영, 분리가 이뤄질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