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극단적 관세예고… "물가 상승 불가피"국제금융협 "트럼프 정책, 물가안정 진전 방해""연준, 금리인하 폭‧속도 기존 기대 못 미칠 것"美 10년물 국채금리 4.3% 터치… "트럼프 당선시 재정적자↑"
  • ▲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왼쪽) 부통령,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연합뉴스 제공.
    ▲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왼쪽) 부통령,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연합뉴스 제공.
    다음달 5일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초박빙이다. 민주당은 ‘중산층, 노동에 대한 보상’을 목표로 법인세 인상, 부유층‧대기업 증세, 중산층‧저소득자 감세를 제시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추구하는 공화당은 법인세율‧개인소득세 인하, 상속세 면제 한도 확대 등 ‘규제완화와 포괄적 감세’ 정책을 추진한다. 누가 당선되든 미국 대선 결과는 국제 정세나 글로벌 금융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미 대선이 금리, 환율, 채권, 가상자산 등 한국 금융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6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통령 선거가 이제 막 인하 사이클에 진입한 기준금리 경로를 틀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정책을 예고해 물가 상승률이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통화정책 측면에서 물가 상승은 다시 기준금리를 올려야 할 유인이다.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연준)가 기준금리를 다시 올리진 않더라도 향후 인하 폭과 속도는 기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 “인하 사이클 조기 종료 가능성”… 대선공약 이행 변수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최고경영자)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만한 정부와 정책을 가지고 있다"면서 "향후 몇 년 동안 시장이 생각하는 것보다 금리 하락 폭이 낮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경우 연준의 금리인하 사이클도 중단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대규모 재정 지출을 예고했지만, 특히 극단적 관세를 앞세운 트럼프 정책으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든 수입품에 10%, 중국산에 60%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혔다. 대규모 관세가 부과되면 상품 가격이 올라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팀 아담스 국제금융협회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약한 관세로 더 높은 인플레이션과 금리를 갖게 될 것”이라며 “물가를 낮추기 위해 우리가 이루고 있는 진전을 방해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의 물가 우려가 커지겠지만 기준금리가 다시 오를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센터장은 “전체적인 공약이 물가를 높이는 쪽이고 불확실성을 키우는 측면이 있지만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예상하고 있지는 않다”면서 “인하 결정이 동결로 바뀌거나 인하 폭이 축소될 가능성은 있어도 고용 등 전반적인 상황을 볼 때 다시 인상으로 가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거 과정에서 쏟아낸 공약들이 취임 후 얼마나 이행되는지도 변수다. 

    허 센터장은 “여러 공약들이 나왔는데 그게 실제로 현실화 될 수 있겠느냐는 불확실성도 있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상·하원 선거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정책 추진력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 트럼프 당선 가능성에 국채금리 상승세… “과거엔 취임 후 진정”

    채권금리도 두 후보의 당선 가능성에 따라 요동치고 있다. 

    지난 7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 이후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대선 승리가 점쳐지자 이전까지 하락세를 보였던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상승 전환해 4.2% 중반까지 치솟았다.

    이후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등판하며 지지세를 모으자 국채금리가 다소 하락했지만, 최근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보이면서 4.3%까지 올랐다.

    높은 관세와 감세를 내세운 트럼프 정책으로 인한 재정적자 확대 가능성이 국채금리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다만 과거 사례를 볼 때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사례를 보면 대통령 취임 이후 금리는 우려와는 달리 움직였다”면서 “2016년 11월 예상치 못했던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 10년 국채금리가 급등지만 막상 대통령 취임 이후 2017년 1월 이후 미국 국채금리는 오히려 얌전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선 이후에도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이란 의견도 있지만 대선 이후에도 불안감이 남아 있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뉴데일리 DB.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뉴데일리 DB.
    ◇ 불투명해진 성장‧환율 전망… 한은 통화정책 난이도↑

    미 대선 이후 금융시장과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통화정책 전환기에 있는 한국은행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국내 물가는 안정된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가계부채에 이어 성장과 환율에 대한 우려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재집권 시 관세 인상이 현실화하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도 상당한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우리나라 GNI(국민총소득) 대비 수출입 비중은 전분기(86.7%)보다 4.1%포인트 오른 90.6%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국민 경제의 90%가 무역에 의존하고 있다는 뜻이다.

    원‧달러 환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과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이 더해지면서 올해 연고점인 1400원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다음달 금리 결정과 관련해 “수출 성장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내년 경제 전망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굉장히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며 “미국 대선 이후 달러 강세가 어떻게 될 것인지, 지난달부터 시작한 거시안정성 정책이 부동산과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이 어떻게 될지를 종합적으로 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