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 당위성, 과학기술기획평가원 벽 넘어야
  • ▲ 7487t급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연합뉴스
    ▲ 7487t급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연합뉴스
    해양수산부가 1년여 만에 1만t급 제2 쇄빙연구선 건조사업을 다시 추진한다. 쇄빙 능력은 다소 낮추고 쇄빙선을 활용하는 연구수요는 추가로 확보해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를 통과한다는 전략이다.

    해수부는 오는 5월쯤 있을 재정 당국의 수시 예타에 제2 쇄빙선 건조사업을 다시 신청할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해수부는 이달 7일 발표한 올해 주요 업무계획에서 제2 쇄빙선 예타를 재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해수부는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다음 달 중순께 국회에서 제2 쇄빙선 건조 필요성에 관한 공청회를 열고 관련 업계와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한 뒤 재기획한 사업계획을 기획재정부에 낼 예정이다. 여당과의 적극적인 공조를 통해 사업 추진에 탄력을 붙이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해수부는 이번 재기획에서 제2 쇄빙선 건조 규모를 1만1500t급 중대형선에 맞출 것으로 전해졌다. 처음 예타를 신청했던 1만2000t급에서 500t쯤 줄어든 규모다.

    쇄빙 능력도 축소 조정했다. 사업 초기 두께 2m의 평평한 얼음 덩어리(평탄빙)를 3노트 속도로 쇄빙하는 능력(Polar 20)을 장착할 계획이었지만, 1.5m 평탄빙을 부수는 수준(Polar 15)으로 낮췄다. 이는 한 번 건조하면 20~30년은 써야 하는 상황에서 지구온난화 등으로 북극 얼음이 녹는 등의 기후·환경변화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해수부는 지난 2016년 1월 제2 쇄빙선 건조가 필요하다며 예타를 신청했다. 중대형선 건조가 세계적인 추세라는 점을 고려해 1만2000t급을 신청했다. 하지만 예타를 수행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과기평)은 쇄빙선 활용 수요가 적어 과잉사양이라며 6000t급으로 가위질했다.

    지난해 5월 내놓은 결론에선 이 사업을 '미시행'으로 분류했다. 미시행은 평가위원이 경제성 등을 따져봤을 때 현재로선 사업을 시행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을 말한다. 당시 과기평의 계층화 분석(AHP)값은 0.291이었다. 경제성에 정책성 등을 포함해 판단하는 AHP값은 기준치인 0.5를 넘겨야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해수부는 예타를 재추진하며 제2 쇄빙선을 활용하는 연구 수요 확보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지난해 2차례에 걸쳐 수요조사를 벌였다. 이를 토대로 기존 24개 대형 연구과제를 최대 40여개로 2배 가까이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제2 쇄빙선 예타 재추진이 후임 해수부 장관의 정책조정능력을 가늠할 척도가 될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과기평이 여러모로 제기된 제2 쇄빙선 건조의 당위성에도 미래 가치와 수요를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판단해 예타 벽을 넘지 못했던 만큼 부처 간 적극적인 이견조율과 협력이 절실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