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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숙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조 회장은 지난해 갑질 이슈로 정부와 여론의 질타를 받았고, 대대적인 사법·사정기관의 수사에 곤혹을 치렀다. 이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앓고 있던 폐질환에 악영향을 끼쳤다. 최근 대한항공 이사 선임이 무산되면서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아 건강이 악화되면서 끝내 눈을 감았다. 한진그룹은 사장단 중심의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 향후 대책 등을 논의해 나갈 예정이다.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이 8일 0시 12분(한국시간) 미국 LA 현지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향년 70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폐 질환이 있었으며, 극심한 스트레스 등이 병세를 악화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국시간으로 오늘 자정 눈을 감았다.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총괄사장,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이 임종을 지켜봤다.
한진그룹은 운구 및 장례 일정과 절차에 대해 추후 결정되는 대로 공개할 예정이다. 현지에서 사망 관련 절차 등이 진행되는 것을 감안하면 시신이 국내에 들어오는데는 며칠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 11개 사법·사정기관으로부터 탈탈 털린 한진家
한진그룹은 지난해 4월 조 회장의 막내딸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이른바 물컵 사건이 갑질 횡포로 확대되면서 고초를 겪기 시작했다. 오너 일가의 일탈과 불법행위 등이 도마 위에 올랐고, 6개월간 11개 사법 및 사정기관이 총동원돼 한진그룹을 탈탈 털었다.
검찰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대해 특경법상 배임·사기·횡령·약사법 위반·국제조세조정법 위반·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조현민 전 전무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리고 사건을 종결했다. 업무방해와 특수폭행에 대해서는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조 회장은 횡령 및 배임 혐의 등으로 재판이 진행 중이었으며, 오늘 오후 3차 공판준비기일이 예정돼 있었다.
특히 조 회장은 지난달 28일 대한항공 정기주총에서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부결됐다. 이로 인해 20년간 유지해온 대한항공 대표이사 직에서도 물러나게 됐다.
◇ 진행 중이던 형사재판 공소 기각될 듯
조 회장 재판을 진행하던 서울남부지법 측은 “조 회장 사망 소식을 접했으며 이에 따라 재판장이 공소 기각 결정을 내릴 것이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형사재판의 경우 피고인이 사망하면 공소 기각 결정을 내린다.
조 회장이 사망한 이날은 조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에 대한 3차 공판준비기일이 예정돼 있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공판과 달리 피고인이 직접 재판에 출석할 의무는 없다.
검찰은 지난해 특경법상 배임·사기·횡령·약사법 위반·국제조세조정법 위반·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조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파악한 조 회장 횡령·배임 규모는 총 270억원이다.
조 회장이 사망하면서 조 회장을 피고인으로 한 재판 일정은 중단되나 함께 기소됐던 다른 피고인은 재판일정을 그대로 진행한다.
검찰이 조 회장에 대해 추가로 진행하던 수사도 즉각 중단될 전망이다. 검찰은 조 회장에게 조세포탈 혐의를 추가로 적용하기 위해 수사를 진행 중이었다.
또한 오는 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던 조 회장 부인 이명희씨와 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형사 재판도 연기된다. 두 사람의 변호인은 재판부에 기일 변경 신청서를 낼 예정이다.
◇ 사장단 중심의 비상경영 체제 돌입
한진그룹은 사장단 중심의 비상경영 체제에 나선다.
조원태 대한항공 총괄사장을 비롯해 석태수 대한항공 부회장(한진칼 사장), 우기홍 대한항공 부사장, 서용원 (주)한진 사장, 원종승 정석기업 사장 등이 당분간 그룹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조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총괄사장의 역할과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KCGI의 공세를 어떻게 막아내고 경영권을 지켜낼 것인지가 관건이다. 당장 대한항공 정기주총에서 조 회장의 이사 연임이 무산된 것이 건강 악화에 큰 영향을 끼친 만큼 조원태 사장 역시 경영권 방어에 집중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오는 6월 예정된 IATA 서울 총회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 회장이 호스트 역할을 못하게 되면서 총회의 위상도 격하되고, 준비 과정에서도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 '수송보국' 외치며 대한민국 항공산업 이끌어
조 회장은 1974년 대한항공에 몸 담은 이후 반세기 동안 ‘수송보국’ 일념 하나로 대한항공을 글로벌 선도항공사로 이끄는데 모든 것을 바쳤다. 대한민국 항공산업이 나아가야할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고 항공산업 위상을 높이는 등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선구자 역할을 해왔다.
조 회장은 1974년 대한항공 입사후 45년간 정비, 자재, 기획, IT, 영업 등 항공업무에 필요한 실무 분야를 역임했다. 1992년 대한항공 사장, 1999년 대한항공 회장, 2003년 한진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다.
대한항공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1969년 출범 당시 8대뿐이던 항공기는 166대로 늘었으며 일본 3개 도시만을 취항하던 국제선 노선은 43개국 111개 도시로 확대됐다. 국제선 여객 운항횟수는 154배 늘었으며 연간수송여객 숫자 38배, 화물 수송량은 538배 성장했다. 매출액과 자산은 각각 3500배, 4280배 늘었다.
조 회장은 ‘항공업계의 UN’으로 불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맡으며 대한민국 항공산업 발언권을 높여왔다. 조 회장은 1996년부터 IATA 최고 정책 심의 및 의결구기인 집행위원회 위원을 맡았다. 이후 2014년부터 별도 선출된 11명으로 구성된 전략정책위원회 위원도 맡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