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기술 발전, 인류의 건강권 획기적으로 확장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개발 성공으로 치료 기회 확대
  • ▲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 코리아 개회식에서 축사를 진행했다. ⓒ이기륭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 코리아 개회식에서 축사를 진행했다. ⓒ이기륭 기자

    "보건산업의 발전은 인류에게 축복이나, 그것은 건강의 불평등을 파생할 수도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 코리아 2019' 개막식에서 한 말이다. 순간 귀를 의심했다. 보건산업의 발전이 건강불평등을 파생할 수도 있다는 말이 심상치 않게 들렸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 기술의 발전은 인류의 건강권을 획기적으로 확장시켰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평균수명은 40세 언저리였다. 당대 최고의 영양과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받은 왕조차 평균수명은 45세 정도에 불과했다.

    조선시대 왕들을 가장 괴롭힌 무서운 질환 중 하나는 종기였다. 세종, 문종, 효종, 정조 등은 종기에 시달리다 죽음에 이르기도 했다. 현대의 종기는 항생제로 금방 완치될 수 있는 질환이다.

    이처럼 생명과학 기술이 발전하기 위해선 제약·바이오 산업의 연구·개발(R&D)에 대해 과감하게 투자할 필요가 있다. 통상적으로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데 1조원이 넘는 연구·개발비와 10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국내에서는 셀트리온의 사례만 들어도 충분할 것이다. 셀트리온은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는 회사이다. 셀트리온이 7년간 수천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세계 최초로 상업화에 성공한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가 가져온 변화는 어마어마하다.

    동등한 효과를 내면서도 가격은 저렴한 바이오시밀러의 공세에 다국적 제약사들의 오리지널 의약품 매출이 급감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다국적 제약사 로슈는 올해 1분기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의 유럽 매출액이 3억 프랑(약 34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트룩시마'의 오리지널 의약품인 '리툭산'의 유럽 매출액도 1억 7100만 프랑(약 1900억원)으로 38% 떨어졌다.

    이처럼 바이오시밀러가 등장하면 기존의 비싼 바이오의약품의 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온다. 셀트리온이 램시마를 개발한 결과 연간 치료비용이 30% 절감되고, 기존보다 15% 이상의 환자가 추가 치료를 받게 됐다. 더 많은 환자들이 더 저렴하게 치료를 받으면서 건강권이 확장된 셈이다.

    이처럼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 개발 성공 덕분에 승승장구하자 화이자, 암젠, 산도즈 등 다국적 제약사들까지 뛰어들어 현재 약 80여 개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 중이다.

    이날 바이오 업계의 한 관계자에게 이낙연 총리의 이같은 한 마디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혼자만의 지나친 생각이 아닐지 내심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듣자마자 그는 "한 나라의 총리가 바이오산업 발전에 대해 그렇게 얘기하다니 믿을 수가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국무총리는 행정에 관해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하는 대통령의 제1위 보좌기관이다. 한 마디 한 마디가 중할 수밖에 없는 직책이다. 하물며 그 안에 담긴 논리가 다소 위험한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