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하나금융‧POSCO홀딩스 등 오후 2시경 동일한 패턴으로 하락 일부 투자자들, 밸류업 지수 발표 전 구성종목 사전 유출 의혹 제기 증권업계 관계자 "동일 시간 알 수 없는 매도 동시 쏟아지는 것 이례적"
  • 윤석열 정부의 금융정책 상징이자 국내 주식시장 저평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인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와 구성 종목이 공개된 가운데 시장에선 해당 지수를 구성하는 구체적인 종목이 공식 발표되기 전 새어나갔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밸류업 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큰 종목으로 꼽혔던 KB금융, 하나금융지주, POSCO홀딩스 등 일부 종목에서 특정 시간대에 유사한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해당 종목들이 유사한 패턴으로 하락하거나 상승폭을 줄였기 때문이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금융은 전 거래일 대비 3.53%(3000원) 하락한 8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하나금융지주는 3.40%(2100원) 내린 5만9600원에 장을 마감했다. POSCO홀딩스는 1.58%(6000원) 오른 38만5500원에 거래됐다.

    당초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는 증권가에서 이날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편입될 것으로 예상한 종목이었다. 다만 이들은 밸류업 공시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조기 공시 특례에 포함되지 않았다.

    문제는 이날 밸류업 지수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됐던 종목 가운데 최종적으로 포함되지 않았던 종목들이 특정 시간에 강한 매도세를 동반한 하락세를 보였다는 공통점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 POSCO홀딩스 등은 이날 오후 2시경 다량의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순간적으로 낙폭을 키웠다. 이 외에 밸류업 지수에서 탈락한 삼성물산, KT 등도 동시간대에 유사한 패턴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시간 에코프로에이치엔, JYP Ent. 등 상승세가 강해진 종목도 확인된다. 해당 종목들은 밸류업 지수에 포함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지 않았던 종목들로 밸류업 지수를 구성하는 100개 종목에 포함됐다. 

    거래소는 이날 공개한 밸류업 지수가 시장에 영향을 끼치지 않게 하려고 장 마감 이후에 편입 종목 명단을 공개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해당 의혹에 대해 "이날 발표가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오후 3시 30분 이후에 해당 종목들을 공개했다"라며 "관련 부서를 제외한 거래소 내부 직원들끼리도 공유한 바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해당 종목들이 일제히 같은 시간 하락, 상승 등 변동성을 보이자 투자자 사이에선 거래소가 이날 밸류업 지수 종목을 발표하기 전 해당 명단이 유출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부 종목들에 알 수 없는 매도 혹은 매수 물량이 같은 시간 일제히 유입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며 "시장에선 밸류업 종목들이 사전 유출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거래소는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와 구성 종목을 공개, 정책 추진 7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해당 지수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 1, 2위 기업과 현대자동차, 신한지주 등 대표 밸류업 기업이 포함됐으며, ▲포스코DX ▲한미반도체 ▲HMM ▲포스코인터내셔널 ▲셀트리온 ▲한미약품 ▲기아 ▲삼성화재 ▲KT&G ▲엔씨소프트 ▲S-Oil 등이 포함됐다. 

    앞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한 DB하이텍, 현대차, 신한지주, 메리츠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등도 편입됐다.  

    거래소는 ▲시장 대표성 ▲수익성 ▲주주환원 ▲시장평가 ▲자본효율성 등 5단계 스크리닝을 통해 100개 종목을 선별했다고 밝혔다.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이 되려면 우선 전체 주식 시장 시가총액 상위 400위에 들어가야 한다. 최근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거나 2년 합산 손익이 적자를 기록한 기업은 후보 종목에서 제외된다.

    최근 2년 연속 배당 혹은 자사주 소각을 실시했는지 등 주주환원 여부도 검토된다. 또한 PBR 순위가 전체 혹은 산업군 내에서 50% 이내여야 한다. 

    앞선 4가지의 기준을 충족한 기업 중에서 최근 2년간 산업군별 평균 ROE가 상위기업인 100종목이 선정됐다.

    이에 따라 ▲정보기술(24개) ▲산업재(20개) ▲헬스케어(12개) ▲자유소비재(11개) ▲금융‧부동산(10개) ▲소재(9개) ▲필수 소비재(8개) ▲커뮤니케이션(5개) ▲에너지(1개) 등 산업군별 대표 종목이 편입됐다.

    거래소는 3단계에 걸쳐 편입 기업에 대한 특례를 적용하기로 했다. 1단계에선 이달 23일까지 밸류업 계획을 조기 공시한 기업에 대해 특례 편입을 실시하고 2년간 편입을 유지한다.

    거래소는 밸류업 지수를 기초로 하는 다양한 후속 지수를 개발할 예정이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이날 여의도 사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밸류업 지수는 오는 30일부터 공식적으로 산출될 예정"이라며 "11월에는 지수선물과 상장지수펀드(ETF) 상품도 상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우리 주식 시장은 양적성장을 지속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지배구조 문제, 주주 중시 미흡 등으로 인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라며 "이번 지수 발표를 계기로 밸류업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고, 주주 간 정보 비대칭 문제 등이 해결되길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