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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금융당국이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관련 오류에 대해 지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23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방배동 협회 4층 대강당에서 회원사 회계 담당 임직원을 대상으로 '개정 외부감사법 설명회'를 개최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11월 개정·시행한 외감법은 대표이사와 감사인의 책임 등을 대폭 강화한 게 특징이다. 올해에는 아시아나항공이 '한정' 의견을 받고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감사 의견 거절을 받은 기업이 속출하는 등 큰 혼란이 빚어졌다. 지난해 회계 이슈로 몸살을 앓았던 제약·바이오 업계로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병진 삼일회계법인 이사는 내부회계기준이 강화되는 만큼 제약·바이오업계에서도 프로세스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이사는 제약·바이오 기업의 경우 예상되는 회계처리 관련 이슈로 ▲수익인식 관련 회계정책 ▲연구개발비 인식 회계처리 ▲매출 관련 영업비용 프로세스 등이 제기될 것이라고 봤다.
지난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연구개발비를 비용 처리할 것이냐, 자산화할 것이냐가 중요한 이슈였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해 9월 금융감독원이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관련 감독지침'을 발표하면서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됐다.
당시 금감원은 해당 지침을 발표하면서 기존 오류사항에 대한 계도 기간도 제공했다. 주의할 점은 이러한 계도 조치가 2018년 회계연도로 종료됐다는 점이다. 이로써 금융당국이 올해부터 발견되는 오류사항에 대해 지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 이사는 "과거 오류사항에 대한 계도조치 기간이 2018년에 종료되면서 오류사항에 대한 감독당국이 개별 회계처리에 대한 오류를 지적할 수 잇는 기반이 발생했다"며 "2019년부터 발견되는 오류사항에 대한 지적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실현 가능성, 원가측정의 신뢰성 확보, 상업화 가능성 확인·손상평가, 공시사항 관리 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에 대비해 연구개발비 관련 위험성 제어수단(RCM: Risk and Controls Matrix), 플로우 차트(flow chart)와 설계 평가, 테스트 템플릿 등을 작성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기술수출을 성사시키기 시작하면서 회계처리에 있어 새로운 어려움이 발생했다. 라이선스 아웃 계약의 경우 계약 형태와 회계처리가 정형화되지 않기 때문에 계약 건별로 세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조 이사는 "기술수출의 경우 계약 건별로 회계처리가 다 다르다"며 "회계처리가 정형화되지 않아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회계처리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라이선스 아웃 계약 관련해서 자체적으로 회계처리할 수 없는 경우,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회계처리 의견서를 받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라이선스 아웃 계약이 있을 경우 업프론트(계약서사금), 마일스톤(개발단계별 기술료), 로열티(경상기술료) 등의 수익 인식 시점과 인식 기간 관련 회계처리를 주의해야 한다. 라이선싱 계약 등 비정형화된 형태의 수익 거래가 있을 경우에는 프로세스 신설에 앞서 회계정책(accounting policy)을 수립해 문서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공동개발을 하는 경우 연구개발비의 분담에 대한 회계처리도 중요하다.
아울러 매출 관련 영업비용 프로세스도 정비해야 한다. 회사마다 매출의 종류와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감사인이 매출 관련 비용을 파악하는 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각 회사가 각종 비용에 관한 정의를 내리고 회계처리 방침에 대해 정리해서 감사인에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
사전할인, 사후할인 등 변동 대가나 제약도매상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 CSO(제약영업전문대행업체)에 지급하는 비용 등에 대한 프로세스를 정비해야 한다. 사회적 관심도가 높은 판촉비, 약가할인을 통한 리베이트의 경우 이전보다 더욱 주의해야 한다.
조 이사는 "이전까지는 리베이트와 관련된 법규 위반이 있어도 크게 문제 제기하진 않았다"며 "이제 해당 법규 위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가 회계적인 이슈로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설명회에는 서용범 삼일회계법인 상무, 정근영 삼일회계법인 파트너, 조 이사 등이 참석해 발표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