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제약사 '이상 無'… 바이오벤처, 자금 조달 등 여파 우려바이오시밀러, 임상 1상 개시 자산화 가능… 회계논란 종지부
  • ▲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관련 감독 지침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관련 감독 지침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금융 당국의 연구개발(R&D)비 회계처리 관련 감독지침에 대한 제약·바이오 업계의 반응이 엇갈렸다. 상위 제약사와 바이오시밀러 업체는 비교적 여유로웠지만 바이오벤처에는 먹구름이 꼈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19일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R&D)비 회계처리 관련 감독지침을 발표했다.

    해당 지침에 따르면 신약의 경우 임상 3상부터 자산화를 승인하고, 바이오시밀러는 이보다 완화된 임상 1상부터 자산화가 가능하다. 오리지널약을 복제한 제네릭은 오리지널 약품과 화학적 동등성 검증 자료를 확인한 생물학적동등성(생동성) 실험 계획 승인 이후 자산화가 가능해졌다. 진단 시약은 허가 신청, 외부임상 신청 등 제품 검증 단계부터 자산화할 수 있게 됐다.

    ◆ 상위 제약사 '여유' 바이오벤처 '우려'

    이번 감독기준 발표 결과에 업계에서는 기업 규모에 따라 반응이 엇갈렸다. 상위 제약사에서는 이번 지침으로 인한 영향이 거의 없지만, 바이오벤처의 경우 여파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약 개발의 경우 임상 3상을 기준으로 자산화 여부가 갈린다. 문제는 임상 3상까지 연구개발을 지속할 수 있는 제약·바이오 기업이 그리 많지는 않다는 점이다.

    상위 제약사들은 이번 지침으로 인한 영향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개발비를 비용으로 회계처리해왔기 때문에 이번 지침으로 인한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한 상위 제약사 관계자는 "그동안 기본적으로 연구개발비를 거의 100% 가까이 비용으로 처리해왔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없을 것"라고 말했다.

    바이오기업은 이번 지침으로 인해 옥석 가리기가 더욱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벤처의 경우 해당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적자 전환되는 등 자본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 제약사 입장에서는 별 문제가 없겠지만 바이오벤처의 경우 재무제표상 흑자가 적자로 돌아서면서 자본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공산이 크다"며 "시장에서 바이오벤처 옥석 가리기가 더욱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립적으로 임상 3상까지 진행할 수 있는 제약사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신약 연구개발 동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임상 3상까지 직접 끌고 가는 제약사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며 "이게 과연 제약업계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건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 바이오시밀러 임상 1상 개시 자산화 가능… 회계논란 종식

    바이오시밀러를 생산하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한 시름 놓은 분위기다. 이번 지침에 따르면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임상 1상 개시를 승인하는 단계에서 자산화가 가능해졌다.

    이번 지침으로 셀트리온의 연구개발비 회계 논란이 종식될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의 지난 상반기 연구개발비 1307억원의 73.8%는 자산으로 회계 처리됐을 정도로 자산 처리된 연구개발비의 비중이 높은 업체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비를 전임상 단계부터 자산으로 처리해 왔다. 일반적으로 신약 연구개발 단계는 후보물질 발굴, 전임상시험, 임상 1상, 임상 2상, 임상 3상, 정부 승인 신청 순으로 진행된다.

    이번 지침에 따라 전임상 연구개발비를 비용으로 처리할 경우 셀트리온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임상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2% 안팎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이번 지침으로 인한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이미 해당 기준에 따라 회계처리를 해왔기 때문에 이번 지침으로 인한 영향은 거의 없다"고 언급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시장 교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에 대한 기준점을 마련한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제약·바이오 산업은 미래 성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므로 시장의 혼란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진흥책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