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서울지점 및 영등포 영시티 빌딩 분산 이전국내 시중은행 중 유일 '사옥 없는 은행' 옥의 티사옥 매각 직원 반발도…한미은행 체취 '굿바이'
  • ▲ 서울 중구 청계천로에 위치한 씨티은행 다동 본점 전경. ⓒ뉴데일리DB
    ▲ 서울 중구 청계천로에 위치한 씨티은행 다동 본점 전경. ⓒ뉴데일리DB
    씨티은행이 서울 중구 본점 시대를 끝내고 15년여 만에 새 둥지를 틀지만, 은행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번 두 개 건물로의 분산 이전으로 본점의 상징성과 옛 한미은행의 전통성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최근 다동 본점 건물을 코람코자산신탁이 세운 '코람코가치 부가형부동산 제2의 2호 위탁 관리자 부동산 투자회사'에 매각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올해 말 종로구 새문안로에 있는 '서울지점(씨티뱅크센터 빌딩)'과 영등포구 문래동에 있는 '영시티 빌딩'으로 본점 인력을 분산, 이전할 계획이다. 

    현재 구체적인 이사 계획은 나오지 않았지만, 본점에 있던 기업금융그룹 등 주요 조직을 씨티뱅크센터 빌딩으로 옮길 예정이다. 

    씨티은행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이사 계획을 세워왔으며, 2014년 첫 매각이 불발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옮겨가는 두 곳이 자가건물이 아닌 임대라는 점에서 본점 매각에 대한 내부 직원들의 반발도 컸다.

    국내 시중은행 중 사옥을 보유하지 않는 곳은 한 곳도 없을뿐더러 본점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씨티은행이 모든 이전을 완료하면 국내 은행 중 유일하게 사옥 없는 은행이 된다.

    씨티은행은 본사 방침에 따라 2000년대 초반부터 사옥을 매각해왔다. 꾸준히 보유 부동산을 팔면서 이전 경기은행 본점이던 인천센터 빌딩과 일부 영업점 등 10여개만 소유하고 있고, 나머지는 모두 빌려쓰고 있다.

    청계천을 끼고 있는 다동 사옥은 역사가 깊은 곳이다. 씨티은행의 전신인 한미은행이 1997년부터 본점으로 사용하면서 상징적인 건물로 통했다.

    2004년 미국계 금융그룹인 씨티그룹이 한미은행을 인수해 씨티은행으로 사명을 변경한 뒤에도 쭉 본점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렇기에 한미은행의 전통적인 의미가 고스란히 담긴 건물이 22년여 만에 없어지는 데 안타까운 시선도 상당하다. 

    현재 다동 본점을 리모델링하지 않는 것은 건물이 낡고 일부 층을 대견기업이 쓰고 있어 사무실 전체 공사가 사실상 어렵다는 게 은행 측 입장이다. 

    씨티은행은 디지털화 추진과 점포 효율화 전략에 맞춰 새 둥지를 틀 씨티뱅크센터빌딩의 대대적인 리모델링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번 이전의 핵심은 흩어져 있는 본점 조직을 두 곳으로 통합 이전하고 사무환경을 재구성하는 '스마트오피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스마트오피스는 부서별 칸막이를 걷어내고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원하는 자리에서 일할 수 있는 개방형 사무공간이다.

    2017년 준공한 영시티 빌딩에는 소비자금융그룹이 집결했다. 상담 및 콜센터인 고객가치센터와 고객집중센터는 올해 초 이곳으로 옮겼다. 그동안 종로, 강남 등에 흩어져있던 소비자금융 조직을 한데 모은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국계 회사는 건물 소유보다 임대에 익숙해 불필요한 부동산은 매각하는 편"이라며 "사무환경 탈바꿈으로 업무 효율성은 높아질 수 있겠으나 본점 매각에 대한 은행 안팎의 안타까운 시선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다동 본점에는 전체 직원 3500여명 중 1000여명, 영씨티 빌딩에는 700~8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번 이전에 따라 직원 대이동이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