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용 대비 고부가 기술 요구… 가격 최대 '10배'PLP 매각 대금 전장사업 투입… 경쟁력 강화 나서자동차 탑재량 1만3천개… 2022년 모바일 제치고 최대 시장 등극
  • ▲ 삼성전기 수원사업장. ⓒ삼성전기
    ▲ 삼성전기 수원사업장. ⓒ삼성전기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로 지난해 호황을 맞은 삼성전기가 전장사업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전장용 MLCC의 수요 확대가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매각을 결정한 패널레벨패키지(PLP) 사업 매각 대금을 활용해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PLP 사업 매각 대금으로 전장용 MLCC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PLP는 반도체와 메인보드를 연결하는데 필요했던 인쇄회로기판(PCB) 없이도 반도체를 완제품에 적용시킬 수 있는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로, 이윤태 사장이 삼성전기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미래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었다.

    하지만 단기 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삼성전자 DS 사업부로부터 PLP사업의 양도를 제안 받았고, 회사의 지속 성장을 위한 방안을 '선택과 집중'의 전략적 관점에서 양도 결정을 내린 것이다.

    사업 이관은 내달 1일 완료될 예정이며 이에 따라 7850억원의 거금을 쥐게 된 삼성전기는 기존 사업과 함께 성장성이 높은 전장용 MLCC 투자를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MLCC 중에서도 전장용 MLCC는 가장 높은 수준의 기술이 요구되는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150℃의 고온에서도 견딜 수 있어야 하고 모터 구동을 위한 고전력이 필요한 만큼 전압도 높다.

    진동 또한 IT용 MLCC가 1㎜를 요구한다면 전장용은 이보다 2~5배가량 높다. 따라서 가격도 비싼 편이다. 통상 IT용 MLCC로 300㎖ 와인 잔 절반가량을 채울 경우 가격이 1억원에 달하며 전장용은 이보다 3~10배 비쌀 것으로 전해진다.

    제품에 투입되는 부품의 갯수도 차이가 크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MLCC는 800~1000개, TV에는 2000여개가 들어가는 반면 자동차에는 1만3000여개의 MLCC가 투입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전체 MLCC 시장에서 전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2년 모바일을 제치고 최대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향후 전장용 MLCC가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며 "이에 자동차업체들도 안정적으로 공급을 해줄 수 있는 신뢰성 있는 신규 서플라이어를 필요로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기는 전장사업을 발판으로 1위인 일본의 무라타제작소를 추격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기는 부산 공장 전장라인이 본격 가동되면서 2%에 불과했던 전장용 MLCC 비중이 2020년 20%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지난해 IT용 생산공장이 있는 중국 천진에 5733억원을 투자해 전장용 MLCC 공장을 신축하기로 결정하면서 중장기적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2022년 전장용 고신뢰성 MLCC 수요는 2017년 대비 2.9배 증가할 것"이라며 "삼성전기는 PLP 매각 대금을 전장용 MLCC 투자 재원으로 활용해 경쟁력 강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