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 가입 7년3개월 만 최대… 30·40대 제조업은 저조5월 실업급여 총액 7587억원… 신규신청자 전년比 7.8% 증가노동부 5월 노동시장 동향 발표
  • ▲ 실업급여 신청창구.ⓒ연합뉴스
    ▲ 실업급여 신청창구.ⓒ연합뉴스

    고용 한파 속에 구직급여(실업급여) 지급액이 석 달 연속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정부는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늘면서 실업급여 신청자 수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허리인 30·40대와 상대적으로 괜찮은 일자리로 분류되는 제조업의 가입자 증가가 저조해 고용통계의 질적인 측면에선 아쉬움이 적잖다는 지적이다.

    소상공인업계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기존 종사자의 보험 가입을 늘렸을 뿐 고용보험 증가가 고용증가로 이어지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는 10일 '고용행정 통계로 본 올해 5월 노동시장 동향'에서 실업급여 지급액이 7587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6083억원보다 24.7% 증가했다.

    실업급여 지급액은 지난 3월 6397억원, 4월 7382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깼다.

    지난달 수급자는 50만3000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4만9000명보다 12.1% 늘었다. 신규 신청자는 8만4000명으로 지난해 7만8000명보다 7.8%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도소매(1만4000명)와 업황이 둔화하는 건설업(1만2000명)에서 신청이 늘었다.

    노동부는 사회안전망 강화로 고용보험 가입이 늘고 지급액 상·하한액이 올랐기 때문에 지급액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받을 수 있는 사람과 지급액이 모두 늘었다는 것이다.
    고용보험 피보험자는 2017년 5월 1280만명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1313만명으로 2.6% 증가한 데 이어 지난달 1366만명으로 4.1% 증가했다. 1인당 평균 지급액은 지난달 150만8000원으로, 지난해 135만5000원보다 11.3% 늘었다. 노동부 관계자는 "피보험자 대비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 비중을 보면 2017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3년간 0.6%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지급액이 늘긴 했으나 증가율은 지난 4월 35.4%에서 5월 24.7%로 감소했다"고 부연했다.

  • ▲ 채용게시대 앞 머문 발길.ⓒ연합뉴스
    ▲ 채용게시대 앞 머문 발길.ⓒ연합뉴스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지난달 53만명이 증가했다. 월별 증가 폭으로는 2012년 2월 이후 7년3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노동부는 고용보험 가입이 상대적으로 낮은 서비스업과 여성, 50대 이상을 중심으로 가입자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서비스업은 지난달 50만8000명이 증가(5.8%)하며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를 견인했다. 보건복지(15만1000명), 숙박음식(7만2000명), 전문과학기술(4만8000명), 교육서비스(4만7000명) 등에서 증가 폭이 컸다.

    제조업은 희비가 갈렸다. 식료품과 의약품은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조선업 등 기타운송장비 업종은 4월 가입자 수가 증가(1300명)로 돌아선 후 지난달 3100명이 또 늘었다. 조선업 구조조정 여파가 잦아드는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자동차, 기계장비는 부진한 모습을 이어갔다. 자동차는 2017년 5월 4300명 증가에서 이듬해 7200명 감소로 역전된 이후로 감소세가 뚜렷하다. 올 들어선 3월 1만300명, 4월 8100명, 5월 8300명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 큰 폭으로 증가했던 기계장비는 올해 3월 3000명, 4월 200명으로 가입자 수 증가 폭이 둔화하더니 지난달에는 100명이 줄었다.

  • ▲ 폐업.ⓒ연합뉴스
    ▲ 폐업.ⓒ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고용 사정이 실업급여 지급 증가에 영향을 줬다는 견해다. 특히 고용보험 가입자 수 증가가 고용 여건 개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한다.

    노동부는 실업급여 증가와 관련해 고용보험 피보험자와 신청가능자가 늘면서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4월까지 증가한 수급자가 5월까지 실업급여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돌려 말하면 지난해 4분기 이후 고용 한파가 거세지면서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구직자가 그만큼 많다는 방증인 셈이다.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도 고용 증가와는 무관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가입자 증가가 50대 이상(50대 19만명·60대 이상 20만9000명)에서 74.9%를 차지하고, 이들이 보건복지(15만1000명) 분야 등 정부가 재정사업으로 뒷받침하는 단기 일자리와 관련돼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60대 이상 가입자의 경우 34.4%가 보건복지 분야 일자리에 몰려 있다.

    반면 경제활동의 허리라 할 수 있는 30·40대와 제조업에서의 고용보험 가입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 중 30·40대 비중은 9.1%에 불과했다. 서비스업에서 50만8000명이 증가한 데 비해 '괜찮은 일자리'로 평가되는 제조업은 9000명 증가에 그쳤다.

    이근재 한국외식업중앙회 서울시협의회장은 고용보험 가입자 중 50대 여성 비중이 높은 것과 관련해 "식당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들의 경우 예전엔 4대 보험에 잘 가입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단속도 세지고 식당 주인 처지에서도 공제를 받아야 하니 보험에 가입하고 있다"면서 "기존에 일하던 사람들의 보험 가입이 늘어난 것이지 신규로 인력을 뽑진 않는다. 고용 증가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