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80조' 수준 반도체 관련 부품 구매 큰 손화웨이 매출 비중 삼성전자 2.5%, SK하이닉스 15% 추정"인텔, 퀄컴 등 공급 중단 결정에 주문량 늘었지만 결정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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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본격화 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는 상황을 매우 심각히 여기며 주시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사안과 관련 섣부른 판단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단기적으로 반도체 시장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글로벌 반도체 업황 부진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화웨이는 통신장비를 비롯해 스마트폰 등 주요 IT 제품을 생산하는 중국 최대 업체다. 지난해 통신장비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31%로 1위를 기록했으며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2억600만대를 판매하며 글로벌 순위 2위를 기록했다. 그만큼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는 큰 손으로 꼽힌다. 

    반도체 업체 입장에서는 주요 고객사인 셈인데, 미국의 제재가 본격화 되면 자연스레 수요가 줄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업황이 부진한 상황에서 이를 더욱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논리다. 

    화웨이는 미중 갈등의 영향으로 향후 2년간 매출이 300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매출 감소는 대부분 반도체가 사용되는 통신장비 및 스마트폰 등에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화웨이는 매년 약 80조원 수준의 반도체 관련 부품을 구매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주요 공급사다. 삼성전자의 경우 전체 매출 중 화웨이 비중은 약 2~2.5%, SK하이닉스는 10~15%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단기적인 측면에서 반도체 불황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최근 반도체 시장은 화웨이 사태로 구매를 미루는 등 수요 위축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IHS마킷은 올해 전세계 반도체 시장이 10년 만에 최악의 상황을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시장 매출은 4462억달러로, 지난해 4820억달러에 비해 7.4%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해 말 보고서는 올해 약 2.9% 성장이 기대됐지만, 반도체 시장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며 5개월 만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수정한 것이다.

    이같은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최대 암흑기'로 꼽혔던 지난 2009년(-11%) 이후 10년 만에 최악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반도체사들이 화웨이 공급을 중단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지만 이마저도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16일 화웨이를 거래 제한 대상 업체로 지정하자 인텔, 퀄컴, 마이크론 등 미국의 반도체 기업들은 공급 중단을 결정한 바 있다. 

    이에 화웨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반도체 수출을 더 늘려달라고 요청했지만, 미국의 압박이 있은 만큼 공급 확대를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처지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서부 시안에서 낸드플래시를, SK하이닉스는 중국 동부 우시에서 D램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과 SK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현지 내수 시장에서 대부분을 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도 불구하고 기존 공급물량을 끊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단기적인 영향을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글로벌 반도체 수요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