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이 김해신공항 적정성 검토… 국토부·부울경 "결과 따른다"내년 총선 앞둔 미묘한 시기… 신공항 건설 나쁜 선례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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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토부 서울사무소에서 만나 김해신공항 건설의 타당성을 총리실에서 검토하기로 했다.
이들은 합의문에서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 김해신공항의 적정성에 대해 총리실에서 논의하기로 하고 검토 결과에 따르기로 했다"면서 "검토 시기, 방법 등 세부사항은 총리실 주재로 국토부와 부울경이 함께 논의해 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기자회견에서 동남권 관문공항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거냐는 질문을 받고 "원점 재검토라기보다 그동안 국토부에서 여러 검토한 사항이 있고 부울경 검증단이 문제를 제기한 내용이 있다. 그 부분에 대해 정부 차원의 검토 없이 추진하기는 어렵지 않나. 총리실에서 논란을 정리하고 종지부를 찍을 필요가 있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김경욱 국토부 제2차관은 국토부가 태도를 바꾼 거냐는 물음에 "부울경 검증단에서 김해신공항 계획의 한계와 문제점을 제시했고 그에 대해 내부 검토를 마쳤다"면서 "총리실에 (검토내용을) 제시하고 부울경과 이견을 조율하면서 정리해 나갈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정리하면 국토부와 부울경 견해차가 여전한 가운데 총리실에 최종 결론을 내달라고 공을 넘긴 것이다. 김 차관은 다음 주 총리실로 이관될 가능성에 대해 "최대한 빨리 총리실로 이관하기로 합의한 사항"이라고 했다. 김 지사는 "총리실도 합의해서 제안하면 받겠다는 입장이었다. 이관을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연내 검증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김 지사는 "총리실이 주관해 결정하는 게 맞다"며 "다만 국토부와 부울경은 가능한 한 신속하게 검토를 진행하고 결론을 내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라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13일 부산에서 열린 지역경제인 오찬간담회에서 동남권 신공항과 관련해 "부산시민이 신공항에 대해 제기하는 게 뭔지 잘 안다"면서 "부울경 자체 검증 결과에 5개 광역단체 뜻이 하나로 모인다면 결정이 수월해질 것이고 (지자체 간) 의견이 다르다면 (검증 주체를) 부득이 총리실 산하로 승격해 검증 논의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시 문 대통령의 발언 진의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지만, 형식적으로 '정치적 고향'인 부산시 주장에 힘을 실어주었다는 해석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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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합의문에 부울경은 '총리실 주재로' 검토 방법 등을 논의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김 지사는 정부 주무 부처인 국토부는 무시한 채 "정부 차원의 검토 없이 (신공항을) 추진하기는 어렵다"고 모순되는 말을 했다. 국토부는 안 되고 총리실은 된다는 것이다. 결국 청와대 의중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포석이 깔렸다고 해석할 수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국토부가 이번에 합의한 배경에는 총리실 검증 과정에서 김해신공항을 밀어붙일 자신이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벌집을 직접 건드리기보다는 총리실이라는 완충지대를 두고서 합의 사항 존중을 명분으로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번 합의로 항공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부는 정책 신뢰도에 있어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컨트롤타워(지휘부)로서의 위상을 잃고 지방자치단체 반발에 흔들리는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됐다는 지적이다. 현역 정치인 출신인 김 장관은 취임 이후 제주 제2공항, 김해신공항, 새만금신공항 등 유독 공항 건설 관련 이슈 해결에 취약한 모습을 보여 민감한 사안에 대한 중재 기능을 상실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