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응방안 마련?… 마땅한 해결책 찾기 어려워화웨이 언급 자제… 불똥 튈까 '조심 또 조심'외교 분쟁 이어질까 … 정부 건의 어려움 토로도
  •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촉발된 '반(反)화웨이 사태'에 대해 국내 대기업들은 "숨을 죽이고 지켜볼 뿐"이라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방안 마련을 위해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려 봤지만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사안이 민감한 만큼 섣부른 행동이 기업의 존폐까지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깊게 자리잡고 있는 형국이다. '화웨이'라는 단어가 입에 오르내리는 것 조차 꺼릴 정도로 사실상 거의 손을 놓고 있다는 평가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들은 화웨이 사태에 대해 현재 상황을 유지할 뿐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최근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동참하는 동맹국들이 기업들은 잇따른 탈 중국화 조짐을 보이는 상황이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생산 시설을 옮기는 것을 검토하면서 도미노처럼 부품기업들의 이탈 현상까지 발생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최대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애플의 경우 생산량의 약 15~30%를 중국에서 동남아시아 등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아이폰 공급업체인 폭스콘·페가트론·위스트론을 비롯해 맥북, 에어팟 공급업체들까지 전방위적으로 제 3국으로 이전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여기에 구글, 닌텐도, 샤프 등도 생산 일부를 중국이 아닌 해외로 옮길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 상태다. 이는 미국이 천문학적인 관세를 중국산 제품에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관련 기업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국내 기업들은 아직까지 특별한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미국과 중국 모두 국내 기업들의 최대 수출국인 만큼 어느 한쪽 편을 들다 되려 타깃이 될 수 있어서다. 

    이달 초 중국 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델 관계자들을 불러 "미국의 대중 압박에 동참하지 말라"고  노골적인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는 현재로선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 보면 현실적으로 마땅한 대안도 찾기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LG유플러스는 화웨이 제재로 가장 곤혹스러운 기업 가운데 한 곳이다. LG유플러스는 이동통신3사 중 유일하게 화웨이 5G 장비를 쓰는 업체다. 이미 수 조원의 비용을 들여 통신망을 설치한 상황에서 발을 빼기란 쉽지 않다. 

    여기에 5G망 구축을 위한 이통사간 경쟁도 심화된 상황에서 화웨이 장비 배제는 사업중단과 별반 다를게 없다. LG유플러스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진행한다는 입장이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국내 디스플레이 등 부품업계 상황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 기업은 화웨이 비중이 적어 영향이 크지 않다면서도 선제적 대응에는 조심스러운 눈치다. 중국 이외 공장을 통해 적절히 대응하는 등 화웨이 사태와 무관하게 사업을 꾸려간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업계에서는 외교 분쟁으로 이어질까 우려해 정부에도 건의하기 힘들다는 고충을 토로했다. 정부가 뚜렷한 입장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무리한 요구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화웨이 사태와 관련해 '시장경제의 논리에 따라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표시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안에 대한 대응책도 없을 뿐더러 언급하는 것 조차 부담스럽다"며 "가만히 지켜보는 게 최선"이라고 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특별하게 지시가 내려온건 없고, 숨죽여서 잘 지켜보고 있다"며 "거시적인 문제라 A사안에 대한 플랜B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