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임위 "25일까지 노사 최초 요구안 내달라"使, 동결 목표 아래 업종별 차등 요구제시안 안내고 버티어도 최소한의 인상 가능
  • ▲ 최저임금위 표결.ⓒ연합뉴스
    ▲ 최저임금위 표결.ⓒ연합뉴스
    본격 가동에 들어간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해 노사 양측에 최초 요구안을 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월급 환산액 병기 등 먼저 풀 민감한 사안이 많아 최초 요구안 제시는 뒷순위로 밀릴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올해 최저임금 심의와 관련해 초반 흐름은 사용자 측에 불리하지 않은 듯 보이지만, 결국 노동계가 대정부 투쟁 명분과 최저임금 소폭 인상이라는 실리를 챙길 거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24일 경영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지난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3차 전원회의에서 25일로 예정된 다음 전원회의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의 최초 요구안을 제출해달라고 노사 양측에 요청했다. 최저임금위는 이번 주 25~27일 전원회의를 잇달아 열고 최저임금 심의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그러나 이날 노사가 최초 요구안을 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경영계와 노동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현재 초안을 정리하고는 있다. 가능하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동계는 (최초 요구안으로) 시급 1만원, 월급 환산액 209만원이 목표로서 유효하다는 의견"이라며 "다만 일각에서는 영세 소상공인의 지급능력을 고려할 수밖에 없으므로 종합적으로 판단해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없지 않다"고 전했다. 여기까지 들어보면 노동계가 이견조율을 통해 제4차 전원회의에서 최초 요구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하지만 노동계 관계자는 "노동자위원 9명과의 사전 협의를 거쳐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최초 요구안을) 내지 못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부정적인 전망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김명환 위원장 구속을 놓고 문재인 정부에 대해 전면적인 투쟁을 예고한 것도 한몫한다. 민주노총은 24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위원장 구속사태와 관련해 "문 정부는 구호로만 존재하던 노동존중을 폐기하고 재벌존중과 노동탄압을 선언했다"며 "다음 달 18일 문 정부의 노동탄압 분쇄를 위한 전국 투쟁(총파업)에 돌입한다"고 예고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가능한 한 민주노총과의 합의안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출한다는 태도여서 민주노총이 목소리를 높이면 유연한 자세로 단일안을 마련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사용자 측도 최초 요구안 제출에 부정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최초 요구안을 낸다, 안 낸다 말할 수 없다"면서 "당일 가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경영계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 결정단위,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 등 논의할 게 많아 회의진행이 결정수준(최초 요구안)까지 진척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대준 소상공인연합회 이사장은 "소상공인 측은 월급 환산액을 시급과 함께 적는 문제와 산업별 차등적용 여부 등을 먼저 논의해야 한다는 견해"라며 "월급 환산액 병기는 헌법소원을 제기해 헌법재판소에 빨리 결론을 내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판결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므로 최초 요구안 제출은 가능한 한 늦출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 ▲ 최저임금위 3차 전원회의.ⓒ연합뉴스
    ▲ 최저임금위 3차 전원회의.ⓒ연합뉴스
    월급 환산액 병기 문제는 지난 19일 전원회의에서도 뜨거운 감자였다. 사용자위원은 시급 단위로 의결하는 최저임금에 월급 환산액을 병기하는 방식에 의문을 제기했고 근로자위원은 기존 방식대로 병기해야 한다고 맞섰다.

    월급 환산액은 최저임금 시급에 월평균 근로시간을 곱해 산출한다. 현재 월평균 근로시간은 209시간으로, 여기에는 주휴시간(유급휴일 시간) 8시간이 포함돼 계산된다. 정부는 지난해 말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고치면서 최저임금 산정기준 시간에 주휴시간을 포함했다. 그 근거로는 최저임금의 월급 환산액 산출 방식을 들었다. 최저임금 산정기준 시간에 주휴시간을 포함하면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따질 때 분자에 해당하는 '금액'보다 분모인 '근로시간'이 커져 사용자로선 불리해진다. 실제 일한 시간에 맞게 시급을 줬어도 결과적으로 최저임금을 어기게 되는 셈이다.

    지금껏 최저임금위에서 노사 중 한 쪽만 최초 요구안을 제시한 사례는 없다. 어느 쪽이든 최초 요구안을 내지 않으면 제출이 다음으로 연기된다. 현재로선 노동계는 민주노총, 경영계는 소상공인 측 입장이 최초 요구안 제시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 ▲ 파행 겪는 최저임금위 모습.ⓒ연합뉴스
    ▲ 파행 겪는 최저임금위 모습.ⓒ연합뉴스
    일각에선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과 관련해 경영계보다는 노동계가 실리를 챙길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결국 노동계는 최저임금 시급 1만원을 요구할 것"이라며 "문제는 여당 내부에서도 동결론이 나온다는 점이다. 표결을 앞둔 막판 심의과정에서 노동계가 퇴장할 가능성이 적잖다"고 전망했다. 노동계가 빠진 상태에서 경영계가 떼써서 얻은 결과라는 점을 호소하면서 대정부 투쟁의 명분을 함께 챙길 거라는 분석이다.

    노동계로선 공익위원이 중재에 나서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할 때까지만 버티면 인상률은 낮아도 최소한 동결은 피하게 되므로 실리를 따져봐도 빈손은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경영계는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이 30% 가까이 오른 상태여서 인상률을 최소한으로 묶어도 체감하는 충격파는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