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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이 2018년 7월부터 1년 새 4건의 대규모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제약업계 유례없는 성과이며, 이제 유한양행은 업계에서 이견이 없는 기술수출 강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유한양행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해도 글로벌 제약사의 신약 판매대행사라는 비난의 중심에 있었다. 실제로 유한양행의 상품매출(도입신약 판매 등 포함)은 한때 70%에 이를 정도였다.
아직 유한양행은 제약업계 선두기업임에도 소위 톱(TOP) 5 상위제약사 가운데 R&D비중이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한미약품이 매출의 20% 수준을 매년 투자하는데 반해 유한양행은 지난해 기준 7.4% 수준이다.
그런데도 유한양행은 불과 1년 새 1조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만 2건을 체결했다. 상대도 글로벌 시장에서 손꼽히는 베링거인겔하임과 얀센이다.
유한양행은 업계에서 특수한 성격을 지닌 회사다. 바이오 분야를 제외한 전통적인 제약사들은 대부분이 오너 경영 체제를 이어오고 있다. 매출 상위제약사는 물론이고 대부분 제약업계는 오너 중심의 경영체계다.
유일한 박사의 정신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유한양행은 업계에서 특수한 경영구조를 가졌다. 주인이 없는 완벽한 전문경영인 체제다. 그 때문인지 정통적인 '유한맨'을 선호하는 내부적 경향도 뚜렷하다.
타 제조업과는 달리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는데만 평균 10년을 보는 제약업계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는 한계를 갖는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고집있게 추진력을 밀어붙이는 것이 경영자에게는 부담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유한양행의 행보는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유한양행의 변화는 이정희 사장 취임 후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취임후인 2015년부터 바이오벤처 부문에 투자하기 시작하면서 R&D비중도 높아졌고 불과 3~4년만에 잇따라 기술수출 결실을 맺게 됐다.
이는 제약업계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만 하다. 특히 기술수출 4건 가운데 이번 계약건을 포함한 폐암신약 '레이저티닙' 등의 2건은 외부로의 투자, 즉 적극적인 오픈이노베이션의 성과다.
물론, 이러한 성과는 리더 한사람의 의지로만 될 수는 없는 일이다. 유한양행뿐 아니라 제약업계를 함께 이끌며 고민해 온 이들이 있어 가능했던 일이다. 좋은 리더와 함께 패러다임을 만들며 더 나은 성과가 지속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