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 '동결'-노동계 '2021년 1만원' 목표 설정 관측퇴직 노동전문가 "정부 2~3% 인상할 듯" 분석다음 주 분수령… 9~11일 연속 전원회의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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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최저임금위에 따르면 오는 9~11일 사흘간 제10~12차 전원회의가 예정돼 있다. 최저임금위는 지난 4일 새벽 차수를 변경해 제9차 전원회의를 열고 노사가 제시한 최초 요구안을 놓고 논의를 벌였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노동계는 1만원(19.8% 인상), 경영계는 8000원(-4.3% 인하)을 각각 제시한 상태다. 최저임금위는 차기 회의 때 수정안을 내달라고 당부했다.
일단 분위기는 노사 모두 수정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국경영자총연맹(경총) 관계자는 "오늘(5일) 사용자위원이 모여 (수정안 제출을) 논의한다"며 "결론 나지 않으면 7일 다시 만나 협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관계자는 "(수정안이) 확정된 건 없지만, 준비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심은 노사가 수정안에서 서로 얼마나 양보할지에 쏠린다. 노사가 내놓을 경우의 수는 적잖다.
먼저 최초 요구안을 고수할 수 있다. 연도별 최저임금액 현황을 보면 그동안 노사가 최초 요구안과 똑같이 1차 수정안을 낸 사례가 없지 않다. 가깝게는 지난 2014년 근로자 측이 1차 수정안으로 최초 요구안과 같은 6700원을 제시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는 사용자 측이 최초 요구안으로 3480원을 낸 후 1차 수정안에서도 이를 유지했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는 사용자 측이 제2차 회의에서 제시한 최초 요구안 1485원을 제7차 회의까지 고수한 적도 있다. 1992년과 1990년에도 근로자와 사용자 측에서 최초 요구안과 같은 금액을 1차 수정안으로 냈다.
경영계 한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2000년 이후로는 수정안을 최초 요구안과 똑같이 낸 적이 거의 없다. 수정안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면서 "최근 3년간 (7월) 15·16일쯤 최저임금이 의결됐다. 남은 날짜가 얼마 없으므로 (노사가 9일) 조정한 금액으로 수정안을 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근의 경향을 봤을 때 노사가 최초 요구안을 고집하지는 않을 거라는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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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전문가 의견을 종합하면 경영계가 결국에는 2~3% 인상을 염두에 두고 몇 차례 수정안을 내놓은 뒤 최종 제시안으로 동결을 주장할 거라는 분석이다. 1차 수정안으로 2~3%대 인하안을 내놓고 최종 동결안까지 인하 폭을 점점 줄여나갈 거라는 견해다.
노동계는 수정안을 낼 경우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공식적으로 포기하는 셈이 된다. 노동계는 지난해 최초 요구안으로 1만790원을 제시했고 1차 수정안으로 8680원을 제출했다. 인상률(15.3%)을 고려할 때 내년까지 1만원에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올해는 최초 요구안으로 1만원을 제시한 터라 수정안은 1만원 미만이 될 공산이 크다.
관건은 노동계가 어느 정도까지 요구액을 낮추느냐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한다는 정부 목표는 깨진 게 사실이지만, 한두 해 더 가더라도 최저임금 1만원은 반드시 도달해야 할 목표"라고 밝혔다. 내년 총선에서 다시 한번 정치권을 압박하고 2021년까지 1만원 달성을 늦춘다고 가정하면, 올해와 내년 각각 825원씩 올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내년 요구안이 9175원(9.9% 인상)이 되는 셈이다. 현 정부 임기 내 1만원 실현을 염두에 두면 내년 요구안은 8900원(6.6% 인상)이 된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현실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면서 "노사 모두 전술적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1만원 달성을 고려한다면 8900원을 목표로 1차 수정안에서 9000원 중후반대 요구안을 제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노동계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태도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일부 노동전문가와 소상공인업계 일각에선 민주노총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정부 투쟁 동력의 명분을 얻기 위해 최저임금 최종 심의 단계에서 퇴장할 가능성을 적잖게 예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