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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공사가 고속도로 톨게이트(요금소) 수납원 정규직화 논란을 조기에 불식하려고 요금수납 자회사의 '기타 공공기관' 지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자칫 공수표만 날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기관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목적으로 설립한 자회사의 공공기관 추가 지정을 두고 정부 부처 간 엇박자를 내고 있어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은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토교통부 출입기자들과 만나 이달 출범한 자회사 한국도로공사서비스㈜를 통한 고속도로 통행료 수납원 정규직화에 관해 설명했다. 도로공사서비스는 통행료 수납원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설립한 자회사다. 그동안 용역업체에서 맡아오던 전국 354개 영업소 통행료 수납업무를 배타적, 독점적으로 수행한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문재인 정부의 '1호 국정과제'다. 도로공사는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 전환 방식을 채택하고, 2017년 10월부터 노·사·전문가 협의회를 구성해 협의를 진행해왔다. 지난해 9월5일 근로자대표 6명 중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제외한 5명이 △자회사방식 전환 △평균 임금 30% 인상 △정년 1년 연장(61세) △자회사의 기타공공기관 지정 추진 등에 합의 서명했다.
이 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자회사 설립 전환 방식에 동의하지 않은 수납원은 대법원 판결과 상관없이 수납업무를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도로공사가 패소하면 수납원을 직접 고용하겠지만, 업무 부여는 회사의 자유재량권에 해당하므로 수납업무가 아니라 도로정비 등 조무업무를 수행하는 현장관리 직원으로 채용한다는 태도다. 요금소 직원은 외주업체와 계약을 맺었지만, 실질적으로는 도로공사가 자신들을 지휘·감독하므로 공사 직원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면서 2013년 2월 소송을 냈다. 1심과 항고심은 요금소 직원의 손을 들어줬고, 대법원 판결만 남은 상태다.
이 사장은 "수납업무는 자회사에 넘긴 만큼 직접 고용한 수납원에게 수납업무를 주려면 내부 규정을 고치고 이사회 의결도 거쳐야 한다"며 "업무를 이중으로 할 수 없으므로 수납업무를 줄 수 있는 길이 없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이 수납원 손을 들어줘도 도로정비 등의 업무를 볼 수밖에 없으니 자회사에 합류하라는 설명이다. -
이 사장은 고용불안 등에 대한 해법으로, 자회사의 기타 공공기관 지정을 서두르겠다고 했다. 그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상의했고 흔쾌히 동의해 추진하자고 한 것"이라며 "기획재정부와 실무적으로 (추진)해보려고 한다"고 부연했다. 이어 "(이낙연) 총리께서 얘기한 거 보면 아마 서둘러 줄 것으로 본다"면서 "자회사 출범으로 신청 요건 갖춘 만큼 최단 시간 안에 해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최근 우편 대란 직전까지 갔던 우정노조 파업과 고속도로 수납원 노조의 도로 점거를 언급했다. 이 총리는 수납원 정규직화와 관련해 "도로공사는 노사합의로 자회사를 출범시켰고, 노동자 고용안정을 위해 자회사를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라며 "대화로 타협을 이루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도로공사 자회사의 기타 공공기관 지정이 고용 불안을 불식하는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공공기관 지정은 여건에 따라 해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공공기관을 지정·관리하는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는 정규직 전환을 위해 설립한 자회사의 공공기관 지정을 해제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 도로공사가 논란을 조기에 잠재우려고 공수표를 날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 사장은 기타 공공기관 지정 해제 가능성에 대해 "(한 번 지정되면) 그럴 가능성은 극히 드물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운위 관계자는 "지정 요건에 맞지 않으면 중간에 해제되는 사례가 없지 않다"면서 "극히 드문 사례는 아니다"고 밝혔다. 기타 공공기관에서 해제되면 해당 기관은 민간기관이 된다. 신분 보장을 장담할 수 없다.
특히 공운위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목적으로 설립한 자회사의 기타 공공기관 지정은 공공기관 지정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보고 지정을 해제하는 분위기다. 경비보안 인력의 정규직화를 위해 설립한 부산항·인천항보안공사가 올해 초 공공기관에서 빠진 게 대표적이다. 공운위 관계자는 "모회사가 관리책임을 지므로 공공기관 자회사는 공공기관으로 지정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며 "(도로공사 자회사의 기타 공공기관 지정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떡 줄 사람은 꿈도 안 꾸는데 도로공사가 김칫국 먼저 마신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