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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거부 해결 등 택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완전 월급제 조기 정착도 정부 기대와 달리 도입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는 견해다.
17일 국토교통부는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플랫폼 업계에 사업 활로를 열어주고 기존 택시업계는 월급제를 기반으로 서비스 경쟁력을 높여나간다는 게 핵심이다.
우선 정부는 플랫폼 업계를 제도권으로 편입하고자 플랫폼 운송사업 제도를 신설하기로 했다. 뼈대는 별도 관리기구를 두어 고령 개인택시 면허를 사들이고 확보한 물량 안에서 플랫폼 운송사업자에게 운영할 수 있는 택시 대수를 정해 허가하는 것이다.
플랫폼 업체는 수익 일부를 사회적 기여금으로 내야 한다. 기여금은 기존 택시 면허권 매입과 종사자 복지에 활용해 택시업계와 상생을 도모한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기여금은 플랫폼 업체의 경제적 부담 완화를 위해 임대료 방식의 분납을 기본으로 한다. 원하면 일시불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상도 국토부 종합교통정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협의 때 (제도 시행을 위한) 기본 물량을 1000대쯤으로 계산하고 (플랫폼 업계)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차량 1대당 기여금을 월 40만원쯤으로 제시했다"며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확정된 건 아니다"고 부연했다. 김경욱 국토부 제2차관은 기여금으로 사들이는 택시면허는 시세를 반영한다고 했다. 서울 개인택시의 경우 2월 현재 프리미엄이 7500만~8000만원쯤이다.
이번 상생안에서 렌터카를 활용해 운송사업을 하는 '타다'식 영업은 택시업계 반발이 커 빠졌다. 현행 여객운수법상 차량을 빌려주면서 운전자까지 알선해 보내는 것은 불법이다. 다만 11~15인승 승합차를 단체관광을 위해 빌리는 경우는 예외다. 타다는 예외조항을 파고들어 11인승 카니발을 이용해 사업을 벌인다. 택시업계는 사실상 불법 영업을 한다고 반발한다. 택시업계가 끝까지 반대하면 타다는 사업 모델을 바꿔야 한다. 타다가 1000대쯤의 차량을 운영한다고 보면 월 분납으로 매달 40억원쯤, 시세를 고려한 일시납으로 750억~800억원을 내야 제도권에서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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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정부의 플랫폼 운송사업 제도 신설에 대해 이율배반적인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택시 감차사업과 엇박자를 낸다는 것이다. 정부는 택시가 과잉 공급돼 있다고 보고 감차 사업을 벌이고 있다. 국토부 통계를 보면 2015년 기준으로 전국의 적정 택시 대수는 19만9715대이다. 현재 공급된 택시는 법인택시 포함 25만5131대로, 5만대 이상 초과 공급된 상태다. 개인택시 비중은 전체의 65%다. 정부는 올해까지 택시 2만5000대를 줄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감차 실적은 2000대에 못 미친다.
택시 정책에 정통한 광역자치단체 한 공무원은 "신설 제도는 그동안 추진해온 택시 감차사업과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면서 "기여금으로 기존 개인택시 면허를 사들여 행정적으로는 말소한다 해도 플랫폼 업체 허가 과정에서 실질적으로는 면허가 살아 있는 것과 진배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시중에 돌아다니는 택시 총량에 있어선 큰 차이가 없을 거라는 것이다. 택시가 많아 혈세를 들여 면허를 사들이고 없애는 처지에서 줄어든 만큼을 다시 플랫폼 택시에 허가한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견해다. 이에 대해 국토부 신교통개발과 관계자는 "버스와 택시의 차이는 아니지만, 기존 택시와 플랫폼 택시는 다르다"며 "플랫폼 택시는 새로운 수요(시장)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국토부 설명은 플랫폼 업계의 주장, 인식과 맥을 같이한다.
일각에선 정부가 사실상 택시 면허 장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플랫폼 업체가 월 분납으로 기여금을 내다가 중간에 사업을 접어도 총량으로 관리되는 해당 허가 물량은 소멸하지 않고 반납되기 때문에 마치 무형의 상품인 것처럼 반복적으로 거래가 이뤄질 거라는 의견이다. -
그러나 정부 기대와 달리 택시 업계 현장에서 상당한 진통이 있을 거라는 의견이 적잖다. 택시업계 사정에 밝은 한 전문가는 "완전 월급제는 생각보다 조기 정착이 쉽지 않을 수 있다"면서 "버스는 기사가 바뀌어도 노선을 똑같이 달리지만, 택시는 사람마다 벌어들이는 수익이 다를 수밖에 없다. 가령 누구는 하루에 5만원을 벌고 다른 사람은 20만원을 버는 데도 똑같이 월급을 줘야 한다면 사업자로선 변칙적인 운영방식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