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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바이오가 지난 18일 1조 5000억원 규모의 폐섬유증 신약후보물질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음에도 원천물질을 개발한 레고켐바이오의 주가는 공매도 때문에 급락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이하 브릿지바이오)는 베링거인겔하임과 약 1조 5200억원 규모의 섬유화 간질성 폐질환 치료 신약 후보물질 ‘BBT-877’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해당 신약후보물질은 당초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이하 레고켐바이오)가 특발성 폐섬유증(Idiopathic Pulmonary Fibrosis, 이하 IPF)을 포함한 섬유화 간질성 폐질환 치료를 위해 개발해온 물질이다. 레고켐바이오는 지난 2017년 BBT-877을 300억원 규모에 브릿지바이오로 기술이전한 바 있다.
이번 기술수출 계약에 따라 브릿지바이오는 임상개발, 허가·판매 마일스톤으로 최대 약 11억 유로(약 1조 4600억원)을 받게 된다. 계약금과 단계별 기술료로 4500만 유로(약 600억원)를 수령하고, 향후 상업화 달성에 따라 최대 두 자릿수의 경상기술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레고켐바이오의 수익배분 비율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50%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알려졌다. 이에 따라 계약금과 단기 마일스톤(기술료) 600억원 중 레고켐바이오가 초기 수취할 금액은 약 300억원으로, 향후 진행상황에 따라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비상장사인 브릿지바이오는 이번 기술수출을 계기로 코스닥 입성에 탄력을 받게 됐다. 앞서 브릿지바이오는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에서 두 차례 탈락한 바 있다. 브릿지바이오는 상장 주관사와 성장성특례, 기술특례 등을 통한 코스닥 상장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레고켐바이오는 코스닥 상장사인 만큼, 이번 기술수출로 인한 수혜로 주가가 상한가에 도달할 것으로 기대됐다. 통상적으로 글로벌 기술수출 계약이 체결되면 해당 기업의 주식은 상한가를 기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8일 레고켐바이오의 주가는 장 초반부터 급락해 전일 대비 8.07%(4400원) 떨어진 5만 1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공매도 과열로 인해 오히려 주가가 하락한 것이다. 일반적이지 않은 주가 흐름에 이날 회사에서도 공매도 세력으로 인한 주가 하락을 의심했었다.
회사 안팎으로 주가가 하락할 요인이 전혀 없다는 게 회사 측의 주장이다. 지난 2006년 설립된 레고켐바이오는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영업이익 약 4억원을 기록하면서 창업 이래 첫 영업흑자를 달성했다. 이 같은 실적은 중국 푸싱제약(Fosun Pharma)에 기술이전한 2세대 ADC(항체·약물 결합체)와 브릿지바이오에 기술이전한 BBT-877이 임상 1상에 진입하면서 마일스톤 수입이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레고켐바이오 관계자는 “마일스톤으로 흑자를 낼 수 있는 바이오텍은 흔치 않다”며 “이번 기술수출 건만 해도 올해 혹은 내년까지 흑자가 가능할 수준으로 마일스톤이 유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정도 규모 기술수출 뉴스가 났는데도 주가가 하락한 것은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공매도 세력 탓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
한국거래소는 지난 18일 오후 6시10분 레고켐바이오를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오늘(19일) 1일간 공매도 거래가 금지됐다.
공매도 거래 금지 조치에 따라 19일 레고켐바이오의 주가는 장 초반부터 전일 대비 1900원(3.79%) 오른 5만 2000원에 거래되는 등 강세를 보였다.
구자용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기술이전으로 레고켐바이오의 연구개발(R&D) 역량을 재확인했다”며 “임상 진행에 따라 지속적으로 마일스톤을 수취하고 상업화 시 로열티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