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생산 차질 불가피...전세계 반도체 시장 60% 이상 장악D램 가격 25% 이상 폭등...애플·아마존 등 메모리 공급 문의 잇달아
  • 한국에 대한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수출규제로 국내 정보기술(IT) 업계가 비상이 걸렸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따른 소재·부품 확보에 차질을 빚으면서 글로벌 IT 시장까지 여파를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21일 주요 외신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 4일부터 국가안전보장을 근거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에 쓰이는 핵심 3개 소재(에칭가스·리지스트·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수출규제를 강화했다. 해당 품목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에서 필수적인 소재로, 우리나라의 대일 의존도는 40∼90% 정도로 높은 편에 달한다.

    특히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의 비중은 20.9%를 차지하고 있으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6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역시 전 세계 시장 점유율 35%로 1위를 차지하는 주력산업으로 꼽힌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한국의 반도체 생산이 10% 줄 경우 국내총생산(GDP)은 0.4% 감소하고 연간 경상흑자는 100억 달러(약 11조7820억원)가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장기화 될 경우 국내 IT 기업은 물론, 전세계 IT 공급망에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전 세계 1위인 한국 반도체 생산 차질이 반도체 가격 폭등으로 이어져 최대 고객사인 글로벌 IT기업들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D램 현물 거래가는 최고 25% 급등했고, 낸드플래시도 6% 이상 오른 것으로 분석됐다. 애플과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IT업체들도 삼성전자 측에 메모리 수급에 대한 문의를 끊이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만 TSMC 마크 류(劉德音) 회장은 "한일 갈등으로 인해 올 4분기 전망을 정확하게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관영 컨설팅기관인 중국전자정보산업발전연구원(CCID)은 "일본이 중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단행할 경우 중국 IT업체들은 한국 기업들보다 더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한국무역협회와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의 수출의존도는 37.5%로, 주요 20개국(G20) 중 네덜란드(63.9%), 독일(39.4%)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반면 일본의 수출의존도는 14.3%로 한국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