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답보지분 99% 일본 계열사 몫… 신동주 동의 얻어야신동주 측, 한국-일본 롯데 분리에 알레르기 반응
  • ▲ 신동빈 롯데 회장이 지난 5월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에탄크래커 및 에틸렌글리콜 공장 준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롯데
    ▲ 신동빈 롯데 회장이 지난 5월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에탄크래커 및 에틸렌글리콜 공장 준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롯데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인 ‘호텔롯데’의 상장계획이 4년째 답보 상태다. 이 계획이 마무리되면 ‘롯데=일본 기업’이란 꼬리표를 사실상 뗄 수 있지만 검찰수사와 신동주 전 부회장의 반대 등 대내외적 요인으로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호텔롯데 상장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송용덕 호텔·서비스 사업부문(BU)장은 최근 하반기 사장단회의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상장 시점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롯데는 지난 2015년 8월부터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해왔다. 당시 정책본부 재무팀과 호텔롯데 재경팀을 중심으로 ‘상장TF’를 결성해 구체적인 상장 절차를 밟았다.

    상장 추진배경은 기업공개로 롯데그룹의 지주사 격인 호텔롯데의 일본 지분율을 낮춰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4년이 지난 현재까지 계획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2016년 시작된 대대적인 검찰수사로 호텔롯데 면세사업부는 실시 예정이던 글로벌 기업설명회(IR)를 취소했고 제출한 증권신고서도 철회해야 했다.

    더욱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방해도 있었다.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에 따르면 신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 당시 ‘프로젝트L’이라는 계획을 추진해 호텔롯데 상장을 방해했다. 검찰에 기업 내부정보를 흘려 검찰수사가 확대되도록 만들기도 했다.

    신 전 부회장이 호텔롯데 상장을 저지하는 이유는 한국과 일본의 연결고리가 끊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한국 롯데지주의 최대주주는 신동빈 회장(11.7%)이다. 다음이 호텔롯데(11.1%)다.
  • ▲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뉴데일리
    ▲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뉴데일리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19.07%)다. 이를 포함해 신동주 전 부회장이 대부분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광윤사 등 일본계 주주의 지분율이 99%다. 호텔롯데가 국내 상장되면 일본계 주식을 정리해야하기 때문에 신 전 부회장 측은 진행과정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호텔롯데 상장작업은 사실상 중단됐다.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그룹이 지분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 지분도 다수 확보하고 있다. 이때문에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사체제가 안정되려면 호텔롯데가 상장돼 일본 롯데그룹의 영향력이 약화해야 한다는 시선이 나온다. 

    상장계획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롯데는 직간접적 피해를 입고 있다. 최근엔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후폭풍도 일고 있다. 일본계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채 떨치지 못하다 보니 불매운동 등의 타깃이 되고 있다.

    롯데쇼핑은 유니클로 한국법인(에프알엘코리아)의 지분 49%를 보유 중인데, 이 브랜드는 한일관계 악화에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브랜드다. 일본 유니클로 임원의 실언으로 해당 회사는 두차례에 걸쳐 공식적으로 사과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신동빈 회장 등 그룹 수뇌부는 호텔롯데 상장에 관해 줄곧 “언젠가는 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고 있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도 "호텔롯데 상장은 사업안정화가 선행된 후 진행할 수 있다"며 정확한 시점은 밝히지 않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호텔롯데 상장은 언젠가는 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라며 “내부적으로 꾸준히 진행계획을 검토하고 있어 공식화할 시기만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