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수장들 "금융시장 안정에 총력… 공매도 규제 등 가용수단 총동원"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당국의 수장들이 이례적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미·중 무역분쟁 격화에 일본의 경제보복 등 악재가 겹치면서 금융·외환시장이 요동치는 만큼 엄중한 상황인식을 공유하고 유기적으로 협력하기 위해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최종구 금융위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7일 부총리 주재로 열린 '긴급 거시경제 금융회의'에 참석했다. 

이들은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24시간 모니터링을 하는 한편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시장불안이 생기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이는 데에 뜻을 모았다. 

홍남기 부총리는 "최근 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대내외 위험요인이 단기간에 중첩돼 나타난 결과로 분석된다"며 "대외 여건 악화로 수출과 투자 부진, 기업실적 악화, 일본 규제 등이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시장 상황을 경계하면서도 과도한 불안심리 자제도 당부했다. 그는 "외환보유액과 순대외채권이 4000억 달러를 넘어 최고 수준을 유지하면서 우리 금융시장 안정의 기반이 되고 있다"며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어려운 대내외 여건에도 우리 경제 기초체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정부의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준비해 놓은 비상계획에 기초해 시장 상황에 따라 신속히 대처할 것을 약속했다. 

홍 부총리는 "증시 수급안정 방안, 자사주 매입 규제 완화, 공매도 규제 강화 등 가용한 수단을 통해 시장 상황에 따라 대응하겠다"며 "환율시장에 과도한 쏠림현상으로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면 선제적으로 시장안정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해서도 우리 경제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 측에 이번 조치의 조속한 철회를 촉구하는 한편 단기적 피해 최소화를 위한 기업 지원과 중장기적 경쟁력 강화 및 자립화 대책을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8일부터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한국이 제외되면서 이후 금융시장 변동성이 겉잡을 수 없이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서는 모두 일축했다.

홍 부총리는 "일본계 자금 유출 가능성까지 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며 "그런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우리 경제의 파급 영향은 제한적이고 대응할 여력이 충분히 있다"고 의견을 냈다. 

최종구 위원장도 "일본의 규제가 우리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라며 "일본계 자금의 철수 문제도 그럴 가능성은 작지만, 실행된다고 해도 대응하는 데 문제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최 위원장은 홍 부총리가 언급한 공매도와 자사주 관련해 시장 상황에 따라 대응하도록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공매도 규제 강화 방안은 충분한 검토를 마쳤으며, 언제든지 시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자사주 매입 규제 완화 역시 공매도와 함께 시장 상황에 따라 대응의 강도와 폭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이주열 총재는 최근 경기 악화로 인해 기준금리 조기 인하 목소리가 나오는 데에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필요할 때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금리 정책에 대해서는 지난번에 언급한 것과 변화가 없다"며 "아직은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하는 만큼 지금 이 자리에서 추가 인하 여부를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일축했다.

이 총재 역시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데 우려를 표했다. 그는 "대외 여건의 전개양상에 따라 시장이 수시로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써는 금융·외환시장의 안정에 역점을 둬야 할 상황이므로 정부와 협력해 시장 안정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며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해 나가는 데 정부와 중앙은행이 함께 지혜를 모으겠다"고 말했다.

덧붙여 보다 근본적으로 우리 경제에 대해 양호한 대외 신인도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