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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 변동성이 높아지자 공매도 금지 여론이 거세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국회의원까지 나서며 한시적이라도 공매도를 중단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증권업계는 오히려 시장에 악영향을 더욱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증시 급락에 비상 대책 중 하나로 한시적 공매도 금지 카드를 검토해 언제든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해 미리 종목을 빌려서 매도한 이후 실제 주가 하락시 주식을 매수해 갚고 차익을 챙기는 매매기법인 만큼 하락장에서 낙폭을 더 키울 수 있는 여지가 큰 것이 사실이다.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공매도 길이 열리긴 했지만 현실적으로 절차가 번거롭기 때문에 여전히 외국인과 기관의 전유물로 인식된다.
이에 따라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공매도로 인한 보유주식 하락에 따른 손실이 이익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여전히 공매도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공매도 규제를 요구하는 청원이 잇따랐고, 여론을 의식한 정부도 공매도 규제 카드를 꺼내들 준비를 마쳤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한시적 주식 공매도 금지 조치를 추진 중이고, 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은 한시적이 아닌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금융당국도 시장상황을 감안해 정성적 판단에 따라 공매도 제한을 결정할 준비를 마쳤다.
공매도 제한 결정은 당국이 언급한 '정성적 판단'에서 알 수 있듯이 지수의 변동성과 급락 기간이 정해져있지 않고 시장 상황에 따라 임의로 결정할 수 있다.
앞서 금융위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2008년 10월1일부터 2009년 5월30일까지 8개월 간 전 종목의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다.
이후 비금융주의 공매도는 2009년 6월1일 재개됐다가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2011년 8월10일부터 3개월 간 다시 금지됐고,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 금지는 2013년 11월13일에 풀렸다.
과거에 공매도 제한 조치를 시행했던 전례가 있는 만큼 대내외 변수가 도사리고 있는 현재 상황으로는 언제든 공매도 금지 카드를 꺼낼 수 있다.
일각에서는 공매도 제한 조치는 투자심리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증권업계는 최근 증시 급락으로 공매도를 금지하는 발상은 오히려 역풍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매도 규제는 정부와 금융당국 스스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고 인정하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증시급락을 대외적인 요인과 내적인 요인 어느 한 쪽만의 이유라고 단정짓기 힘든 상황에서 당국이 인위적으로 공매도를 금지시킬 경우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최후의 수단을 발동한 것으로 판단하고 자금을 대규모로 뺄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과거 사례에서도 실질적인 지수 지지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약 8개월 동안 공매도 금지 기간을 시행했던 지난 2008년의 경우 코스피는 3.4% 하락했고, 2011년에는 12.1%가 하락했다.
여기에 최근 증시가 단기간 낙폭을 키운 것은 사실이지만 공매도를 금지할 만한 상황까지는 아니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여전히 공매도의 순기능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입장도 우세하다.
추가적인 유동성을 공급하고, 결정적으로 가격발견 효율성을 제공하는 등의 순기능적인 면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주가가 가치에 비해 낮게 평가되는 것도 문제이지만 지나치게 높게 평가된다고 판단되는 경우 주가의 재정립 효과가 공매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공매도는 부정적인 정보가 가격에 빠르게 반영될 수 있도록 한다"며 "주가버블 형성을 방지하고 변동성을 줄이는 등 순기능이 있다"고 말했다.
또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현 주가 대비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는 투자자의 의견을 공매도를 통해 반영할 수도 있다"며 "만약 공매도가 사라지면 거품이 낀 주식은 고평가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