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기아자동차 노사가 임단협 교섭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 마주한 자리에서 노사 모두 추석 전 마무리에 대한 의지를 보여, 조기 타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일본 수출규제 등 대외 악재와 상반기 판매 부진의 위기감이 타결 의지를 높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단 분석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지난 14일 열린 제17차 교섭에서 연차 유급휴가, 장학제도 등 단체협약 5개 조항의 의견일치를 이뤘다. 이 외에도 통상임금 해결을 위해 추진 중인 임금체계 제도 개선에 관한 일부 의견도 조율했다.
이날 하부영 현대차 지부장은 "쟁대위 1차 회의를 통해 파업을 결정할 수 있었다"면서도 "사회적 분위기와 여론을 생각해 조속한 타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보자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사는 추석 전 타결을 위해 실무교섭을 강화, 본 교섭에 집중하자는데 공감하며 17차 교섭을 끝냈다.
이에 앞선 지난 13일 기아차 노사도 오후 2시 30분부터 소하본관 대회의실에서 11차 교섭을 진행했다.
강상호 기아차 지부장은 "지난 본교섭 결렬 이후 어렵게 성사된 자리인 만큼 쉽게 풀어갔으면 한다"며 "노조 또한 파국 없이 교섭이 마무리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사측은 기본급 4만원 인상, 경영성과금 150%+100만원, 특별격려금 150만원, 재래시장상품권 20만원, 단체교섭 별도합의서 등이 담긴 추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는 임금 부분이 아직 조합원 눈높이에 부족하다며 차기교섭에서 사측의 진전된 제시안을 요구하고 마무리했다.
현대·기아차 노조가 교섭을 재개한 이후 사측과 접점을 찾아가며, 추석 전 타결이 가능하단 전망이 나온다. 노조가 인내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여전히 각을 세우고 있지만, 예년에 비해 그 수위는 많이 낮아졌단 평가다.
현대·기아차 노조는 지난 2012년 이후 7년 연속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양사 모두 중노위의 조정 중지 결과와 쟁의권 찬반투표 통과로 파업이 가능하지만, 올해는 단체행동을 자제하며 교섭에 집중하고 있다.
노조 태도가 완화된 배경에는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규제 등에 기인한 여론 악화가 크게 자리하고 있다. 비상시국임에도 무리한 파업을 강행할 경우, 그에 따른 비난 수위가 예년보다 강해질 수 있단 우려에서다.
여기에 중국 등 해외 주요 시장의 판매 부진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현대차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회사의 올해 상반기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5.1% 감소한 212만6293대를 기록했다. 내수에서 38만4113대를 팔며 8.4% 성장폭을 이뤄냈지만, 해외 판매가 7.7% 줄은 것이 직격탄이 됐다.
이같은 상황에서의 파업은 하반기 실적 회복에 매진하는 현대차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인기모델인 팰리세이드, 신형 쏘나타 생산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시점이라 노조한테도 큰 부담이라는 설명이다.
기아차 역시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셀토스와 출시를 앞둔 모하비 더 마스터의 생산을 끌어올려야만 하반기 실적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난 여론을 차치하고서라도 현대·기아차 노조가 쉽사리 파업을 결정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집중교섭을 진행한 직후 진전된 결과를 보였단 점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노사 모두 타결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만큼 올해는 원만하게 해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쟁점인 통상임금 문제를 놓고 이견 차이를 얼마나 좁힐지 여부가 관건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