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여성·사초생 주로 이용… 40대 이상 '시큰둥'최소 이용횟수 조정키로… 선심성 정책 지적도
  • ▲ 광역알뜰교통카드 시연하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연합뉴스
    ▲ 광역알뜰교통카드 시연하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연합뉴스
    정부가 서민 교통비를 줄이겠다며 광역알뜰교통카드를 도입했지만, 제대로 혜택을 보는 이용자는 4명 중 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 인프라가 집중된 수도권과 그렇지 않은 지방은 이용 횟수에서 적잖은 편차를 보였다.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자가용을 이용하는 40·50대를 유인할 필요가 있지만, 주 이용자는 사회초년생과 학생으로 조사됐다.

    19일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가 발표한 지난달 알뜰교통카드 시범사업 이용실적에 따르면 2062명이 월평균 38회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5만8349원을 지출했다. 이들은 알뜰교통카드 이용으로 평균 1만741원의 혜택을 받았다. 혜택은 카드 할인으로 3883원, 마일리지(이용 실적 점수) 적립으로 6558원이었다. 교통비의 18.4%를 절감한 셈이다.

    알뜰교통카드는 문재인 대통령의 교통공약이다. 정기권 할인(10%)과 걷기·자전거 타기를 통한 마일리지 적립(20%)으로 교통비를 최대 30% 줄여주는 제도다. 지난해 세종·울산·전주시 시범사업을 통해 제기된 불편사항을 보완·개선한 상태로, 후불카드 도입 등 이용은 편리하게 하면서 혜택은 키웠다.

    이용자 특성 분석 결과 나이대별로는 20대(52%)와 30대(29%)가 전체의 81%(1660명)를 차지했다. 직업별로는 직장인(78%)과 학생(10%)이 88%(1821명)로 조사됐다. 사회초년생과 학생이 애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성별로는 여성이 83%(1714명)로 집계됐다.

    국토부는 연말까지 불편사항을 지속해서 개선해나갈 방침이다. 지방자치단체 건의를 받아들여 마일리지 지급 최소 이용 횟수 기준을 조정할 예정이다. 현재는 32회 이상 이용해야 마일리지를 100% 지급한다. 앞으로는 21~30회는 90%, 11~20회는 80%를 각각 지급한다.

    체험단 규모는 애초 2만명에서 4만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신청 인원이 3만명에 달하고 지자체의 추가 모집 요구가 있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장구중 광역교통요금과장은 "알뜰교통카드가 대중교통비가 부담되는 서민을 위해 필요한 사업이라는 게 통계로 확인됐다"며 "부족한 점을 계속 수정·보완해 대중교통비 30% 절감이 자리 잡을 수 있게 힘쓰겠다"고 말했다.
  • ▲ 마일리지 상한(1만1000원) 달성자.ⓒ국토부
    ▲ 마일리지 상한(1만1000원) 달성자.ⓒ국토부
    그러나 이용실적을 보면 한 달 마일리지 적립 상한인 1만1000원(광역버스 이용 땐 1만3200원)을 모두 채운 이용자는 4명 중 1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기간 적립 상한을 채운 이용자는 514명이었다. 전체 이용자 2062명의 24.9%였다.

    이용 횟수와 마일리지 적립은 수도권과 지방이 차이를 보였다. 전국 11개 시범사업 지역 중 마일리지 상한을 채운 이용자는 경기(수원시 포함) 246명, 인천시 119명으로, 수도권이 전체의 47.8%를 차지했다. 지방에선 대전시 44명, 부산시 30명, 포항시 15명 등의 순이었다. 충북 청주시는 4명뿐이었고, 경북 영주시는 1명도 없었다. 평균 마일리지 적립도 수도권이 많았다. 수원 7840원, 경기 7709원, 인천 7529원 순이었다. 영주는 2793원으로 수원의 35.6% 수준이었다. 지난해 이미 한 차례 시범사업을 벌였던 세종·울산·전주도 5439~6303원에 머물렀다. 국토부 관계자는 "수도권이 상대적으로 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한다"며 "전주, 영주처럼 도시철도가 없는 지역은 이용 횟수가 20회 미만에 그친다"고 부연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알뜰교통카드의 혜택이 푼돈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면서 "비용 절감 못지않게 대중교통 활성화도 중요하다"고 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지난해 체험단 발대식에서 "알뜰교통카드는 국민 교통비 부담을 낮출 뿐만 아니라 대중교통·보행·자전거 이용을 장려하고 자연스럽게 승용차 이용 억제를 유도하는 새로운 시도"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알뜰교통카드가 대중교통 활성화와 승용차 이용 억제로 이어졌는지는 의문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통계를 보면 알뜰교통카드 주 이용자는 20대 사회초년생이다. 정부 바람대로라면 건강에 관심 있고 자가용을 이용하는 40·50대가 많이 참여해야 하지만, 40대 이용자는 전체의 11%, 50대는 6%, 60대 이상은 1%에 그쳤다.

    한편 마일리지 지급을 위한 최소 이용 횟수 조정을 두고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지자체 건의를 받아들여 지역별 특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내년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정책이 아니냐고 지적한다. 이용실적이 부족한 데도 혜택을 주는 것은 대중교통 활성화나 마일리지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는 견해다. 알뜰교통카드 이용 혜택은 올해까지 100% 국비로 준다. 내년부터는 지방비로 50%를 지원한다.
  • ▲ 광역알뜰교통카드.ⓒ국토부
    ▲ 광역알뜰교통카드.ⓒ국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