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패키징 캐파 2배 확대애플·엔비디아 모두 TSMC 바라기삼성전자 인고의 시간… 물러설 곳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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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인공지능)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파운드리 시장을 사실상 독식하고 있는 1위 TSMC가 굳히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당분간 TSMC와 크게 벌어진 격차를 따라잡기 힘들지만 AI로 판이 커진 파운드리 사업을 포기할 순 없는 상황이다.5일 반도체업계와 대만 언론에 따르면 TSMC는 올해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 생산능력(CAPA, 이하 캐파)을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월간 캐파가 7만5000개 수준으로 커지는 셈이다.CoWoS는 TSMC가 자체 개발한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 공정이다. TSMC의 핵심 고객사이자 AI 반도체 시장을 선두하고 있는 엔비디아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에도 이 패키징 공정을 적용한다.패키징 능력이 첨단 공정 캐파를 결정하는 탓에 이미 지난해부터 TSMC가 CoWoS 캐파 확장을 본격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지난달 열린 TSMC '2024 공급망 관리 포럼'에서 친융페이 TSMC 수석부사장 겸 공동 최고운영책임자(COO)는 CoWoS 캐파를 내년 2배로 늘린다고 재차 강조하며 이 분야에서 협력하는 기업들의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TSMC의 캐파 확장 기조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공격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물론이고 내년까지는 AI 반도체 수요가 공급을 훨씬 초과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을 확신하고 내년에도 CoWoS 양산 물량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방향에 힘을 싣고 있다. 웨이저자 TSMC 회장도 지난 실적발표를 통해 CoWoS 캐파가 높은 수요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한 상태라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AI 칩이 반도체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으면서 TSMC의 독보적 기술력에 대한 의존도는 더 높아지는 추세다. AI 반도체 시장이 본격화되기 전까지만해도 TSMC를 뒤쫓던 삼성과 인텔이 미세공정 기술에서 TSMC를 넘어서기 위해 고군분투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3나노미터(nm) 양산 경쟁에선 삼성이 TSMC에 앞서 최초 양산 타이틀을 거머쥐기도 했었다.하지만 미세공정 기술로 보다 높은 수율로 안정적인 양산이 가능한 곳은 여전히 TSMC가 유일하다는 평가다. 이런 까닭에 애플과 엔비디아는 물론이고 자체 개발 AI칩 시장에 뛰어든 빅테크들까지 AI 시장 큰 손들이 TSMC에만 줄을 서고 있는 형국이다.뒤늦게 TSMC와의 경쟁을 선언하고 시장에 뛰어든 삼성 입장에선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파운드리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는 여전하다. AI 반도체로 기술난이도가 높은 미세공정 파운드리에 대한 수요가 더 절실해지면서 이런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곳이 사실상 TSMC 외엔 삼성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인텔이 경영 위기로 파운드리 사업을 당분간 키우기 어려워지면서 오히려 판세는 더 단촐해졌다.삼성은 지난해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파운드리 사업을 다시 세우기 위한 역량을 집중하는데 초점을 뒀다. 북미 영업통인 한진만 사장을 파운드리 사업부장으로 앞세우고 남석우 사장을 최고기술책임자(CTO)로 둬 기술과 영업 두가지를 모두 잡는다는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보인다.다만 삼성의 이 같은 노력에는 어쩔 수 없이 상당한 시간 투자가 동반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게 업계 전반의 생각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선 당장 첨단공정에서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하는 것이 최대 과제인 가운데 결정적으로 TSMC로 쏠린 고객사들을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지금 삼성 파운드리에게 필요한건 시간"이라며 "AI 수요가 확인된 상황에서 기술력과 수율을 빠르게 따라잡는다면 수혜를 누릴 수 있는 기회는 담보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