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여건 악화에 'R의 공포' 까지 불확실성 증대 올해 정기예금 44조 몰려…금값 최고가 연신 경신위험회피 심리 강화…과도한 쏠림 현상 경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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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더욱더 짙어지면서 정기예금, 금 등으로 시중자금이 쏠리고 있다.

    이는 일본 수출규제, 미·중 무역분쟁 심화, 주요국의 통화정책 완화, 브렉시트 관련 불확실성 증대까지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외여건이 악화한 데 따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은행권 정기예금 규모는 712조7000억원으로 전달보다 10조7000억원 증가했다.

    지난 2월 10조3000억원 증가한 데 이어 올해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은행 예금금리는 현재 1%대 초반의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올해에만 44조원이 넘는 돈이 몰렸다. 

    시장금리 하락과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50%로 인하한 데 이어 추가 인하 관측도 제기되면서 예금금리가 빠르게 떨어지고 있지만 정기예금 쏠림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도 만만치 않다. 금값은 최근 한두 달 사이 고공 행진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3일 KRX금시장에서 금 1g은 5만9898원으로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는 2014년 3월 KRX금시장이 개설된 이래 최대 수준이다. 연초(1월 2일 매매기준율 4만6417원)와 비교하면 29% 상승했다.

    일선 은행 영업점에서는 골드바 판매와 구입 문의가 폭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 3개월(5~7월)간 국민·우리·하나 등 3대 시중은행에서 판매된 골드바는 1년 전보다 168.2% 대폭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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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시장의 금 현물가격도 지난 15일 온스당 1523달러를 기록하며 2013년 4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글로벌 무역분쟁 심화 등으로 금리 인하 공감대가 확산된 6월 말 이후 8.1% 상승해 온스당 1500달러를 돌파했으며, 올해 들어 18.8% 상승했다.

    안전자산 선호 추세와 달러화 강세에 힘입어 외화보험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외화보험을 판매하는 4개 생명보험사의 4년(2015~2018년)간 수입보험료는 연평균 57.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정기예금, 금, 외화보험 등으로 자금이 쏠리는 것은 대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한층 확대되면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 경제의 R(Recession·경기침체)에 대한 공포가 엄습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불확실성이 큰 현재 고수익을 추구하는 것 자체가 리스크이므로 위험회피 심리와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뚜렷해지는 것이다.

    특히 금은 이자가 없어 시중금리가 높을 땐 투자 매력도가 낮고, 금리가 낮을 땐 선호 심리가 커지는 경향이 있어 당분간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금 가격 상승세가 경제주체들의 경기침체 우려와 위험회피 심리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 매우 위험한 신호 중 하나로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현재로서는 금 강세 여건이 건재하지만 주식·채권·환율 변동성 확대 등 금융불안이 확대되는 단계에서는 금 가격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음달 미국의 추가 금리 인하와 유럽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통화완화정책은 안전자산 선호현상을 지지할 것"이라라며 "안전자산에 대한 과도한 쏠림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