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한국지엠·쌍용차·르노삼성 생산량 38만4251대… 2011년 대비 36% ↓수입차 판매 갈수록 증가… 2011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내수 부진 이어 노조 파업 등 악재 겹쳐… 한국지엠 노조, 20일부터 부분 파업 강행
  • ▲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조립라인ⓒ쌍용자동차
    ▲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조립라인ⓒ쌍용자동차
    국내 자동차 업계에 '생산절벽'과 '노조 리스크'가 겹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내수 시장에서는 수입차 비중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으며, 수출판매는 중국 자동차 시장 침체 및 미중무역 분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국내 자동차 판매는 계속 줄어들고 있으며 노조의 연이은 파업 등으로 경영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수 년간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쌍용차도 상반기 대규모 적자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르노삼성은 지난 2012년 대규모 희망퇴직에 이어 7년 만에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자동차 업계가 총체적 난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생산량 마저 줄어들면서 추진 동력을 잃게 될 위기에 놓인 것.

    26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지엠, 쌍용차, 르노삼성 내수판매는 12만8054대로 2011년 14만1920대에 비해 9.7% 감소했다.

    같은 기간 3사 자동차 생산량은 38만4251대로 2011년 60만2814대에 비해 36%나 줄었다. 내수판매 감소 대비 생산이 큰 폭으로 줄었다는 것은 결국 수출판매도 감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수입차의 경우 2011년 상반기 판매량이 5만1664대에 불과했으나 올해에는 10만9314대로 2배 이상 늘었다.

    수입차 비중이 점차 늘어나면서 국산차들이 설 곳이 줄어들고 있으며 특히 한국지엠, 쌍용차, 르노삼성 3개사의 경우 내수시장 점유율이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박재용 한국자동차미래연구소 소장은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나머지 3사의 경우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규모가 작아 투자 여력이 없다보니 신차 개발이 더뎌지면서 판매가 감소하고 있다. 판매가 줄다보니 투자를 못해 신차개발을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산업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지난해 한국지엠은 군산공장 폐쇄 및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창원공장의 경우 근무제를 2교대에서 1교대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쌍용차도 지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임원 구조조정에 나섰다. 이달 8명의 임원을 감원하고 임금 삭감도 시행한다. 흑자전환을 위해 쌍용차는 지난 12일 전사 각 부문에 걸쳐 비상경영 TF팀을 발족했다. TF팀은 인건비, 생산구조 등 전 부문에 대한 효율성을 진단한 뒤 고강도 대책을 마련한다.

    르노삼성은 부산 공장의 시간당 생산량을 기존 60대에서 45대로 줄이면서 인력 구조조정에 돌입할 예정이다. 닛산 로그 수출물량 감소에 따라 생산량이 연 10만대에서 6만대 수준으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 회사 관계자는 "아직 임원 감축안은 확정된 바 없다"며 "희망퇴직, 순환 휴직 등 방식이나 시기, 규모 등은 9월 노조와의 임금협상을 하며 협의해야 하는 문제다"고 말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 산업 침체는 비단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가 당면한 문제"라며 "르노, GM 등 글로벌 업체들도 수익성 개선을 위해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노조의 잦은 파업 등 리스크는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 20일부터 이틀간 부분파업을 진행한데 이어 23일에도 추가파업을 강행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처음으로 올해 임단협 관련 파업을 진행했다. 노조는 ▲기본급 5.65% 인상 ▲통상임금의 250% 규모 성과급 지급 ▲사기진작 격려금 650만원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적자가 계속되고 있어 노조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8000억원 상당의 적자를 본 한국지엠 입장에서는 임금 인상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노조 파업을 앞두고 카허카젬 한국지엠 사장, 줄리안 블리셋 GM 해외사업부문 사장 등이 공장을 직접 방문해 노조 측에 화합의 메시지를 전달했으나 노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파업을 강행했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60여차례 부분 파업과 전면 파업등을 진행했다. 노조 파업으로 회사가 입은 피해는 3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아울러 2018년 임단협 재협상이 결렬되면서 내년부터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XM3 물량 배정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일본 경제 보복 등 한일 강등에 따른 국민정서를 고려해 파업 대신 집중교섭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 노조 측은 집중 교섭이 끝나는 27일 다시 쟁대위를 열어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쌍용차 노조는 2009년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2010년부터 무분규로 교섭을 마무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자동차산업 침체 극복을 위해 노조들도 더 이상 무리한 파업을 강행하지 말고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재 국내 자동차 업계는 현대기아차가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나머지 3사의 경우 판매 감소로 인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어 향후 회사 존폐가 걱정되는 상황이다"며 "이럴 때일 수록 노조가 파업을 중단하고 노사간 화합을 통해 판매회복에 나서야 할 때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