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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글로벌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한 에이치엘비와 헬릭스미스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임상 3상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30일 에이치엘비의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했지만, 헬릭스미스는 급락세를 이어가다 1일 오전 반등세로 돌아섰다.
◆ 에이치엘비, 리보세라닙 임상 3상 결과 성공 '반전'에 상한가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은 지난 29일 유튜브를 통해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의 임상 3상 결과가 성공적이라고 전하면서 반전에 나섰다.
에이치엘비는 지난 6월27일 탑라인 결과, 임상디자인의 1차 지표인 OS(전체생존기간)가 대조군과의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해 신약 허가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극적으로 내부 의견이 뒤바뀐 데에는 추가로 확정된 탑라인 결과 전체 데이터와 기존 약물 대비 우수한 효능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진 회장의 주장이다.
비록 OS 수치가 여전히 목표치에 미달한 것은 여전했지만, PFS(무진행생존기간) 등 2차 평가지표가 좋기 때문에 임상적 유의성은 담보됐다는 것. 이번 임상 3상의 탑라인 결과를 바탕으로 신약허가신청(NDA)에도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진 회장은 "성공적 임상을 토대로 위약치료제 NDA에 집중할 것"이라며 "글로벌 신약 시판 허가 내년 안에 실현하고 현재 진행 중인 다양한 적응증 임상에 속도를 냄으로써 신약과 기업의 가치 함께 높여가겠다"고 강조했다.
진 회장의 임상 3상 성공 주장에 이날 에이치엘비의 주가는 지난 30일 장 초반부터 전일 대비 29.89%(1만 3900원) 오른 6만 400원에 거래되면서 상한가를 기록했다.
다만, 신약허가 여부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결정하기 때문에 진정한 임상 성공 여부는 NDA 결과가 나는 2020년 말~2021년 초에 판가름날 것으로 예상된다.
◆ 헬릭스미스, 엔젠시스 임상 오염 공개 이후 악화일로… 루머 '기승'
반면, 지난 23일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엔젠시스(VM202)'의 임상 3상 결과 오염을 공개한 헬릭스미스는 이후 각종 사전 정보 유출 루머가 재점화되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엔젠시스 임상시험에 사용된 약물의 라벨링이 뒤바뀌었다는 지난 7월의 루머가 재조명됐다. 최근에는 회사 측이 이를 감추고 억지로 임상을 진행하고 유상증자를 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에 대해 헬릭스미스 측은 "'라벨링 바뀜'을 숨기는 것은 범죄 행위"라며 "라벨링이 뒤바뀌었을 가능성은 매우 낮고, 있었다면 오히려 당사의 조사를 용이하게 만들 수 있는 건"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데이터베이스를 동결(lockup)한 지난 10일 이후 공매도가 급증한 것에 대해서도 내부 정보 사전 유출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헬릭스미스 측은 "헬릭스미스는 예나 지금이나 공매도 세력이 가장 많은 기업 중에 하나였다"며 "정보가 유출됐다면 그것을 가장 먼저 알았을 대표와 그 직계 가족, 담당 임직원들이 주식을 매도했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외국인의 공매도가 임상 3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급증한 것에 대해서도 미국 CRO(임상시험수탁기관)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정보가 유출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김 대표는 "미국은 '화이트 칼라(white color)' 범죄에 매우 엄격한 나라"라며 "외국인이 미리 내부 정보를 안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반박한 바 잇다.
여기에 오너 처가의 자사주 매도 소식이 기름을 부었다.
앞서 김 대표의 처남인 김용수 전 헬릭스미스 대표의 처와 자녀는 지난 23일 각각 2500주, 500주의 주식을 장내매도했다. 공교롭게도 김 대표는 약물의 혼용 가능성에 대해 확신한 시점이 이날 아침이라고 언급했으며, 헬릭스미스는 이날 오후 6시9분 엔젠시스 임상 결과 오염에 대한 공시를 올렸다. 김 전 대표 가족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것으로 의심될 수밖에 없는 정황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사전 정보 유출 가능성에 대한 의혹이 증폭됐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헬릭스미스의 해당 이슈에 대해 모니터링을 진행 중이다. 금감원은 추후 혐의가 포착될 경우 기획 조사 등을 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표는 지난 30일 헬릭스미스 임직원들에게 가족의 악재 직전 공시 매도에 대한 해명서를 제출했다. 그는 "이 같은 지분 매도는 헬릭스미스의 유상증자 참여 등을 위해 실행한 주식담보 대출의 상환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엔젠시스의 임상실험 결과와는 무관하다"고 항변했다.
이 같은 김 전 대표의 해명에도 시장에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이날 헬릭스미스의 주가는 전일 대비 9.67%(7100원) 급락한 6만 6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업계 관계자는 "이날은 에이치엘비와 헬릭스미스의 희비가 엇갈렸다"이라며 "에이치엘비를 제외한 바이오주(株)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