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콤·케미칼·에너지 등 사업에 국한된 계열사 대상“4차 산업혁명 시대, 계열사별 융·복합 시작에 사명 제약”변경시점 내년께, 사명·로고변경 작업에 대규모 자금투입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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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의 ‘디지털전환(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축적된 소비자 경험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모델 다변화를 모색하는 동시에 ‘전통’에 갇힌 계열사명 변경도 검토하고 있는 것.7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며 여러 계열사별 융·복합 사업을 계획 중이다. 이 과정에서 현재 영위 중인 사업을 사명으로 나타내는 계열사의 간판 변경도 고심 중인 것.대상은 SK텔레콤과 SK케미칼, SK에너지, SK인천석유화학, sK건설 등이다. 텔레콤이란 간판은 통신사업자라는 인식이 강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아우를 수 있는 새 사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내부적으로 나오고 있다.에너지와 인천석유화학, 건설 등 환경파괴 요소가 있는 계열사 역시 보다 친환경적으로 사명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에너지 관련 대표 계열사인 이노베이션의 경우 온실가스나 폐수 등 환경적 요소가 포함된 비즈니스 사회성과에서 지난해 1조1884억원이라는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최태원 SK 회장은 지난 7월 대한공회의소 제주포럼에서 “환경요인에서 적자를 기록했다. 제조 계열사에서 자원을 많이 쓰고 환경오염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라며 “SK는 환경 분야에서 낙제생이다. 이 부문을 해결하기 위해 작은 것에서부터 바꿔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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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임원 회의에서도 이같은 안건이 자주 논의돼, 구체적인 시행 시기는 내년으로 알려졌다. 사명 변경에 따른 계열사 로고 교체 등에는 큰 비용이 투입해야 해서다.SK는 지난 2005년 ‘행복경영’이라는 경영이념에 맞춰 그룹 로고를 바꿨다. 당시 2~3년간 SK텔레콤 대리점과 SK주유소에 새 로고를 적용하는 간판교체 작업에만 1200억원이 소요된 바 있다. 이번 사명 변경 검토대상으로 거론되는 곳들 중에도 B2C 기업이 많아 예전과 비슷한 금액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SK 관계자는 “사명은 기업의 정체성을 가장 뚜렷하게 나타낼 수 있는 것”이라며 “몇몇 계열사의 간판을 바꾸더라도 어느 정도 영위하고 있는 사업과 개연성이 있도록 변경할 계획”이라고 전했다.한편, 일각에선 SK가 사명변경을 기점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통신사업자로 이미지가 굳어진 텔레콤이 하이닉스 지분 추가매입으로 중간지주사 전환을 꾀하고 있어서다.하이닉스가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의 손자회사여서다. 공정거래법상 인수합병 투자에 제한을 받는다. 지주사의 손자회사가 인수합병에 나서려면 피인수 대상기업의 지분을 100% 매입해야 한다. 자금력을 갖춘 하이닉스 입장에서도 지분 전량을 확보하는 것은 큰 부담이다.이로 인해 텔레콤을 중간지주사로 전환해 하이닉스를 자회사로 삼아 투자족쇄를 풀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텔레콤은 현재 하이닉스 지분율 20.07%를 3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한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지주사가 상장 자회사 지분을 최소 30% 이상 보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