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사업 사실상 불가능… 자치능력 상실"기초연금 20만→25만→30만… 내년 부담분 13조 훌쩍
  • 정부의 기초연금 지급액이 계속 상승하면서 지방자치단체 재정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일부 지자체는 복지에 쏟아붓는 예산을 빼고 나면 자체사업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28일 국회예산정책처 등에 따르면 매달 65세 이상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 사업에 투입하는 내년 예산은 13조1천765억원. 올해 11조4천952억원에서 1조6천813억원(14.6%)이 늘어난 규모다.

    정부는 소득 하위 70% 어르신들에게 지급하던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난해 9월 25만원으로 늘렸다. 또 올해 4월부터는 소득하위 20%에게는 30만원으로 올렸고, 내년에는 소득하위 40%까지 대상을 확대한다.

    문제는 이 재정 부담을 지자체도 같이 해야 한다는 점이다. 중앙정부는 기초연금 지급액을 지자체 재정자립도나 노인인구 비율 등을 고려해 40%에서 90%까지 부담한다. 세수가 부족해 재정자립도가 아무리 낮은 지자체라도 10%는 거들어야 하는 셈이다.

    전국 지자체가 부담하는 기초연금은 올해 3조2천457억원이었다. 내년 기초연금이 대폭 오르면 이 부담액은 3조6천315억원으로 4천억원 가량 늘어난다. 2021년에는 4조2천174억원으로 6천억원이 더 부담된다.

    민주당 소속인 정명희 부산 북구청장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기초연금 등 복지비 부담에 지자체 재정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는 기초연금 부담에 공무원 인건비 지급도 어려운 사정으로 전해졌다. 재정자립도 50% 수준의 경기도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자체 자체 사업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며 "생색만 내는 정부의 복지정책에 자치능력이 상실되고 있다"고 했다.
  • 정부는 이 같은 지자체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내년부터 기초연금 국고 지원을 확대키로 했지만, 큰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보건복지부가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내년에 기초연금 지급과 관련해 국비를 추가 지원받는 곳은 7곳. 총 145억1천800만원이다. 사회복지비용을 예산 중 20% 이상으로 책정하고 재정자립도가 35% 미만인 지자체를 대상으로 하다보니 실제 혜택을 받는 곳은 매우 적은 편이다.

    국회 입법상황도 여의치 않다.

    내년부터 기초연금 30만원 지급대상자를 소득하위 40%까지 확대하는 법안은 지난 7월 국회 보건복지위에 상정됐지만 현재까지 계류 중이다. 만약 법안통과가 어려워질 경우 책정된 예산만 쌓아두는 불상사도 우려된다.

    특히 야당은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의 경우 국비 부담률을 90%까지 늘리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 정부여당과 이견을 보이고 있다.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은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토론회에서 "가뜩이나 열악한 재정으로 허덕이는 지방정부에 중앙정부가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정부가 복지사업 재정은 확실히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