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창립 이후 첫 적자에 외부인사 영입내부살림 속속들이 알고 있는 순혈 임원진 ‘긴장’실적저조 계열사, 대대적 물갈이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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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계에 순혈주의가 무너지고 있다. 신세계가 실적 악화일로를 걷는 이마트에 외부인사를 대거 수혈하자, 다른 기업 역시 올해 인사에 후폭풍이 몰아치지 않을까 긴장하는 기색이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최근 창립 26년 만에 적자를 기록한 이마트 임원 인사에서 사상 처음으로 외부인사를 대표로 영입하는 ‘강수’를 뒀다.

    순혈주의를 깨고 베인앤컴퍼니에서 근무한 강희석 소비재·유통 영업부문 파트너를 대표로 선임한 것.

    신계계는 매년 12월 1일자로 인사를 실시해왔다. 그러나 이마트가 유통업계 불황과 소비침체, 원가부담 가중 등으로 적자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이례적으로 인사 시기를 한달 가량 앞당겨 실시했다.

    이마트 인사에는 칼바람이 불었다. 이갑수 이마트 전 사장을 포함한 임원 40명 중 11명을 바꿨다. 물갈이된 임원들은 대부분 사업부 소속이다. 실적부진을 벗어나기 위해 임원진을 교체해 조직에 긴장감과 변화·혁신 등을 추구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신세계가 철저한 성과주의에 따라 외부인사 영입과 임원 물갈이를 실시하자 재계 임원들은 초긴장 상태다.

    그간 대부분의 기업들은 ‘수혈’ 보다 ‘순혈’을 선호했다. 외부인재를 영입하는 것 보다 살림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내부 인사를 키워 경쟁력을 강화하는 포석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신세계뿐만 아니라 LG그룹 등 재계에서 ‘신세대’로 분류되는 총수들이 수혈인사를 단행하면서, 순혈 임원들의 불안감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지난 6월 그룹 총수 자리에 오른 구광모 LG 회장은 지난해 취임 후 첫 인사에서 미국 혁신기업 3M의 신학철 수석부회장을 LG화학 부회장으로 영입한 바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젊은 총수들이 이끄는 기업들의 경우 순혈주의에 얽매이지 않고 조직혁신과 실적개선이라는 목표 아래 핵심 요직에 외부 전문가를 배치하고 있다”며 “조금씩 수혈 인원이 늘어나면서 내부적으로 뒤숭숭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주요 기업은 지난 추석 이후 임원평가에 돌입했다. 유례를 찾기 힘든 대내외 불확실성에 신상필벌의 기본원칙에 추가해 외부인사 영입이라는 변수까지 나타나 기존 임원들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실적저조 계열사 임원들의 경우 긴장감이 더 크다. 이마트의 사례를 지켜보며 ‘남의 일’ 같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신세계와 같은 유통업을 영위하는 롯데와 CJ 등은 초긴장 상태다.

    롯데그룹은 롯데마트를 비롯해 유통부문의 적자가 심각한 상황이다. 더욱이 일본 불매운동 여파를 고스란히 맞아 올해 임원인사에서 태풍이 불 것으로 관측된다. CJ 역시 식품부문의 부진으로 제일제당은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수익성 개선을 위한 고강도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순혈주의를 깨야한다는 인식이 많지만 해당 기업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이들은 공채 출신 임원이 아니겠는가”라며 “실적부진에는 업황악화 등 경영적 논리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외부수혈로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기존 임원진을 배제할 경우 조직에 혼란이 올 수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