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 달라질 건 없어""국회·정부 저성장 해결책 찾아야""반도체 호황 오래가지 않을 것""反기업정서 해소가 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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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답답한 경제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지난 2일 열린 상의 회장 연임 기자간담회에서 최 회장은 저성장과 저출산 등 국가적 당면과제와 반도체 업황, 미국 대선, 중국 관계설정 등에 관해 가감없이 입장을 밝혔다.지난 총선 결과로 기업에 불리한 환경이 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원래도 여소야대였으니까 크게 달라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그와 상관없이 지금 경제계가 저성장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데 새로운 모색을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 기본 생각"이라고 밝혔다.그는 "여태까지 해왔던, 이 기조대로 계속 가면 이 대한민국이 괜찮은 건지 묻고 싶다"며 "이게 전체 국민의 뜻이라고 하면 경제계가 쫓아 가겠지만 이게 아니라면 새로운 대안이 무엇인지 우리가 내놓고 국회, 정부, 다른 시민사회도 새로운 방법론을 좀 더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시급한 경제 현안을 묻자 "하나로 꼽을 수 없다"며 "경제 문제가 서로 물고 물리는 형태"라는 답이 돌아왔다. 저출산, 규제 개혁, AI 반도체 발전, 노동 개혁, 경제 저성장 등이 다 같이 연결돼 있다는 주장이다.최 회장은 "이 전체 문제를, 경제가 돌아가는 것을 전 사회가 좀 더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좀 더 과학적이고 통계적인 접근을 통해 합리적인 형태의 법과 규제를 만들어낼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또 "현재 한국은 커다란 시장과 교류하는 게 내셔널리즘 영향으로 상당히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기존 수출 모델이 잘 통하지 않는 만큼 성장을 이끌 새로운 시장이 필요하고 그 시장이 작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끌어모아야 한다"고 했다.그는 "(외교 플랫폼을 통해) 100여 개가 넘는 나라들과 함께 네트워킹하고 그 협력 관계를 유지·발전시킨 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최 회장은 지난해 한국과 일본이 EU와 같은 경제 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을 저성장 해결을 위한 하나의 대책으로 제시한 적이 있는데, 이와 같은 파격적인 새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로 '새로운 방법론'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11월 치러질 미국 대선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할 것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최 회장은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더라도 바꿀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못한 부분이 존재하는데, 실제로 (미국의) 의회가 따라가지 않는 이상 미국과 한국의 근간을 흔들 수 있을 정도의 변화는 쉽지 않다"며 "미국과 꾸준한 대화와 협력으로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것이 가장 좋은 답"이라고 전했다.우리나라와 중국 간 관계 설정에 대해서도 "장사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난 저 고객이 싫어'라고 드러내는 것은 기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수출도, 경제협력도 많이 해야 하는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중국은 중요한 고객이자 판매처·협력처"라고 강조했다.올 1분기 '깜짝 반등'에 성공한 반도체 업황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그는 "작년에 너무 나빴기 때문에 올해 상대적으로 좋아지는 것처럼 보인다"며 "코로나 때 발생한 초과 수요가 빠지면서 큰 타격을 입었는데, 이런 식으로 주기가 짧은 롤러코스터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한편, 최 회장은 두번째 임기 동안 꼭 하고 싶은 것으로 반기업 정서 개선을 꼽았다. "기업에 대한, 경제계에 대한 반기업 정서, 반대되는 정서를 완화시키거나 개선시키고 싶다"며 "이 개선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나도 경제활동을 할 거야, 기업을 할 거야'라고 생각하고 도전하는 환경을 만들어보고자 한다"고 말했다.최 회장은 지난달 대한상의 제25대 회장에 재선출됐다. 대한상의 회장 임기는 3년으로,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최 회장은 지난 2021년 3월26일부터 올해까지 24대 서울·대한상의 회장을 지냈으며, 오는 2027년 3월까지 두 번째 임기를 수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