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업황 부진 불구 나홀로 선전… 비결은 '사업다각화'

정유업계가 업황 부진으로 전반적인 부침을 겪는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은 예상외 선전을 이어가고 있어 주목된다. 

유가 변동에 따라 실적에 크게 영향을 받던 과거와 달리 석유화학 등 사업다각화 전략을 꾸준히 진행한 효과라는 분석이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분기 330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경쟁사를 크게 웃도는 성적을 거뒀다. 이는 시장 기대치를 18% 이상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런 실적 달성에는 석유사업 외 화학·윤활유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한 것에 따른 체질 개선 효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 3분기 석유사업의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76.4% 감소한 659억원을 거둬들이는 데 그쳤다. 휘발유, 경유 등 정유사 실적과 직결되는 정제마진은 회복됐지만 전반적인 유가 약세가 발목을 잡았다. 이에 재고 관련 손실액은 3006억을 기록했다. 

그러나 화학사업과 윤활유 등 비정유 사업은 선방하며 SK이노베이션의 견조한 실적 달성에 힘을 보탰다. 화학사업과 윤활유 사업 영업이익은 전분기 상승한 각각 1936억원, 936억원을 나타냈다. 주력 제품들의 시황 개선 및 고부가 시장 판매 비중 확대로 마진 개선이 이뤄진 효과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이 그간 지속적으로 추진한 비정유 사업 강화 성과도 본격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3분기 석유사업 의존도는 20% 수준으로, 올해 누적으로도 29.2%에 불과하다. 석유 업계가 최대 호황을 맞았던 지난 2016년과 2017년에도 SK이노베이션은 화학, 윤활유 등 비정유 사업에서만 2조원을 상회, 2017년엔 비정유 실적 비중을 64%까지 끌어 올렸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연간 실적에서 비정유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76%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석유사업이 적자를 기록했던 2014년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사업 다각화를 통해서 '시황이 좋을 때 더 벌고, 안 좋을 때 덜 잃는' 안정적인 사업, 수익 구조 혁신을 일궈낸 것이다.

이와 함께 내년부터는 IMO2020 규제로 석유 사업의 실적 개선도 점쳐진다. 'IMO 2020'은 174개국을 회원으로 둔 국제해사기구가 2020년 1월1일부터 선박연료유의 황 함유량 상한선을 3.5%에서 0.5%로 대폭 강화하는 규제다. 현재 선박유로 사용되는 평균 황함량인 2.5% 수준 대비 5배를 줄여야 한다. 

증권업계는 IMO2020규제 시행으로 저유황유 수요가 더욱 늘어나면서 VRDS 조기 상업가동을 앞두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이 실적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내년까지 스크러버를 설치하는 선박 수가 3천여척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여, IMO2020에 따른 저유황유 수요 확대 영향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1조원을 투자해 내년 4월 완공을 목표로 감압 잔사유탈황설비(VRDS)를 구축 중이다. VRDS는 일산 4만 배럴을 생산하며 고유황유 비중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석유제품 수출 및 트레이딩 전문 자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업계 최초로 저유황중유 해상 블렌딩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이번 사업을 일평균 약 2만3000 배럴에서 내년 9만 배럴까지 약 4배 확대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 두 사업을 통해 일산 13만 배럴의 저유황유를 공급하는 역내 최대 업체로 도약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31일 진행한 실적발표를 통해 "내년 초 예정된 VRDS 상업가동에 따라 연간 2000억~3000억원 수준으로 이익이 시현될 것"이라며 "PX(파라자일렌) 사업은 중국 신규 가동이 예정돼 있지만, 고정적으로 제품 공급이 예정된 수요처가 있어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