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81억 규모 자사주 매입 지배구조 개편 긍정적SKT, '투자회사-사업회사' 인적분할 가능성메모리 중심 반도체 불황 영향 실적 '1/10' 토막 등 부담 상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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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설(說)이 들끓고 있다. 현재 지주사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올리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이 경우 국내 기업 인수에 있어 보다 자유로워져 수년간 주춤했던 SK하이닉스의 M&A가 본격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8일 업계에 따르면 SK㈜의 주가는 전날 종가 기준 26만8000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7일 기준 22만950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한 달새 16.8% 증가한 셈이다.

    주요 그룹 지주사들의 주가가 하반기 들어 약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SK가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 주력 자회사들의 주가 부진을 이미 경험한 상황에서 SK바이오팜 등 바이오 업종의 주가가 회복되고 있다는 점과 자사주 매입을 통해 적극적으로 주가를 방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중 SK의 자사주 매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SK는 주가안정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지난달 1일부터 내년 1월1일까지 보통주 352만주, 7181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매입하겠다고 공시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SK의 이같은 움직임을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유력시되고 있는 방안 중 하나는 SK텔레콤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고 SK하이닉스를 투자회사에, ICT 법인을 사업회사에 존속시킨 뒤 SK가 SK텔레콤 투자회사를 흡수해 SK하이닉스를 지배하는 구조로 만드는 것이다. 현재 SK하이닉스의 최대주주는 SK텔레콤으로, 지분 20.07%를 보유 중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기존 자사주 보유규모가 이미 상당하고 재무적인 측면에서도 여유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자사주 매입 이유에 대한 회사의 설명을 100% 받아들이기에는 여운이 남는다"며 "올해 주주총회 이후 잠잠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SK텔레콤의 기업분할 가능성은 열려 있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이 경우 그룹 내 최대 계열사인 SK하이닉스의 지분 가치를 극대화함은 물론 M&A 활동 폭도 넓힐 수 있다. 현재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는 인수합병 기업의 지분을 100% 매입해야 하기 때문에 제약이 따른다.

    실제 SK하이닉스는 ▲2012년 미국의 LAMD 및 이탈리아의 아이디어플래시 ▲2013년 대만의 이노스터 컨트롤러 사업부 ▲2014년 벨라루스의 소프텍의 일부 사업부 등을 인수하면서 몸집을 불려나갔지만 이후에는 이렇다 할 M&A 소식은 없었다. 올 상반기 매그나칩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 인수전 예비입찰에 이름을 올렸지만, 본 입찰 단계에서 하차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자산 규모가 63조원에 달하는 만큼 국내 업체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것이 무리는 아니지만, 최근 들어 반도체 업황이 부침을 겪으면서 SK하이닉스의 재무상태도 흔들리고 있다는 점은 부담요소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중심의 반도체 불황을 견뎌내지 못하면서 올 3분기 매출 6조8390억원, 영업이익 47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0%, 93% 급감했다.

    수익성이 10분의 1 토막나면서 재무상태도 덩달아 휘청거렸다. 3분기 기준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보유 현금성자산은 3조2560억원으로, 지난해 말 8조3690억원 대비 5조원 이상 증발했다. 차입금도 대폭 증가하면서 차입금 비율은 1년 전에 비해 두 배가량 치솟은 20%에 달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SK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가 국내 업체를 M&A 하기 위해서는 지분 100%를 취득해야 하기 때문에 반도체 관련 회사를 인수하는 등의 새로운 투자를 진행하기에 어렵다"며 "최근 SK의 자사주 매입 발표가 이같은 지배구조 개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