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은행 인하 폭 0.05%~0.30%포인트 수준기준금리 조정 3주 지났지만 시중은행 '눈치'예대율 규제·오픈뱅킹 변수…고객 이탈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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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대 금리가 현실화되고 있다. 목돈을 만들거나 이자로 돈을 굴리는 일은 이제 과거의 일이 돼버렸다. 

    기준금리 인하로 외국계은행과 지방은행 모두 예금금리 인하에 동참한 가운데 눈치싸움 중인 시중은행은 누가 먼저 칼을 쥘지 숨죽여 지켜보는 모양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부산, 대구, 경남, 광주, 전북 등 5대 지방은행은 수신상품 금리를 일제히 내렸다. 인하 폭은 0.05%~0.30%포인트 수준이다. 

    이날 전북은행은 예금 상품(7개) 이율을 변경했고, 전날 광주은행도 거치식·적립식·시장성예금 상품(11개) 금리를 조정했다. 

    지난달 16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1.25%로 인하하고 5일 뒤 대구은행이 68개에 달하는 수신상품 금리를 내렸다. 이어 경남은행(39개)과 부산은행(9개)이 뒤따랐다. 판매 종료된 상품도 다수있었다.

    외국계은행인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도 시중은행보다 먼저 일부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 이율을 변경했다. 지난달 말 씨티는 기본·우대금리를 0.20%~0.30%포인트 내렸고, 이달 1일 SC제일은행이 0.10%~0.30%포인트 내렸다.

    은행들은 통상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시차를 두고 예금금리를 조정한다. 그러나 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농협, 기업 등 6대 주요 시중은행은 3주가 지난 지금도 움직임이 없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한은이 7월 기준금리를 인하했을 땐 농협을 시작으로 우리, 하나, 국민 등 순으로 주요 은행 모두 2주 안팎의 시차를 두고 예금금리를 내렸다. 

    시중은행들이 의도치 않게 수신금리를 내리지 못하는 건 기준금리 인하 직후 시장금리가 지속해서 상승하는 가운데 신(新) 예대율 규제와 오픈뱅킹 서비스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들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신 예대율 규제를 앞두고 금융당국의 예대율 권고치인 100% 이하를 유지하기 위해 예금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예금금리를 내릴 경우 고객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

    은행 앱 하나로 다른 은행 계좌의 조회·송금이 가능한 오픈뱅킹 시작으로 기존 고객 지키기와 신규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주된 이유다. 또한 대출금리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예금금리를 내리면 예금과 대출 금리 차를 이용해 이자장사에 골몰한다는 비판이 더 커질 수 있는 점도 고민거리다.

    예금금리를 인하하는 대신 기존에 있던 상품에서 적용이율이나 부대서비스 등 혜택을 없애는 방향으로 선회한 은행은 있다. 

    국민은행은 이달 1일 다수의 통장 서비스 약관을 변경했다. 직장인우대종합통장, 名品여성종합통장, KB 樂Star통장의 적용 우대이율과 부대서비스, 온라인 예·적금 우대 서비스 등을 폐지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미 예금금리를 내려야할 시점은 지났으나 예금금리는 대출금리처럼 재조정이 쉽지 않다 보니 주요 은행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고민만 하고 있다"라며 "한 은행이 먼저 나서서 예금금리를 내리면 도미노처럼 인하 행렬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