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전원합의체 판례 변경… 통상임금 기준서 '고정성' 폐기'재직 중' 조건 달린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한화생명, 소송 원고 퇴직금 재산정 부담 늘어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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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통상임금과 관련해 한화생명 전·현직 근로자의 손을 들어주면서 회사의 재정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한화생명 전·현직 근로자가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 상고심 선고에서 '고정성'을 통상임금 요건에서 빼기로 판례를 변경했다. 통상임금의 요건인 정기성·일률성·고정성 중 고정성을 폐기한 것이다.이 사건의 쟁점은 지급일 기준 재직자만 받을 수 있는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예를 들어 설이나 추석 명절 상여금은 해당 날짜가 되면 확실히 지급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고정성'이 인정되는 통상임금이다.문제는 한화생명을 포함한 대부분의 기업이 정기 상여금에 '지급일 기준 재직자일 것' 등의 기준을 추가해 뒀다는 점이다. 지급일에 재직자여야 한다는 기준 등을 추가하면 고정성이 사라져 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소송을 건 원고들은 재직자 조건이 붙은 정기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하며 조건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한화생명은 조건이 있기 때문에 고정성이 없으므로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고 맞섰다.이날 대법원은 "종전 판례에 따르면 법령상 근거 없는 고정성 개념에 통상임금 판단이 좌우돼 조건 부가에 의해 통상임금성이 쉽게 부정된다"며 "통상임금 범위가 부당하게 축소되고 연장근로에 대해 법이 정한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지 못하게 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이날 선고에 따라 대법원은 선고 이후부터 고정성을 통상임금 요건에서 폐기하기로 했다. 현재 소송 중인 사건에 한해서는 소급 적용한다.벤처캐피털사인 LB인베스트먼트의 한 경영임원이 퇴사 후 제기한 퇴직금 관련 소송에 이날 선고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성과급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며 퇴직금을 새로 계산해 정산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한편 재직자 조건의 위법 여부에 대해서 대법원은 위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즉 상여금을 받기로 한 날 이미 퇴직한 상태라면 지급 받지 못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송태진 노무법인 이랑 대표 노무사는 "퇴사는 어쩌다 발생하는 일인데 '재직'이라는 조건을 불확실한 미래로 볼 수 있느냐는 의문을 대법원이 받아 들여준 선고"라며 "휴일 수당, 연장근로 수당, 연차 수당 등이 모두 오르게 돼 기업 입장에서는 비상사태"라고 분석했다.서재민 LKB 파트너 변호사는 "성과급 등의 형식으로 지급 받더라도 임금으로 해석될 여지가 생겨 퇴직금의 산정기준인 통상임금이 오르는 결과가 예상된다"며 "퇴직금과 관련해 기업들의 재정적 부담이 상당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판례 변경 시 기업들이 연간 약 6조7889억원의 추가 인건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한화생명의 경우 소송을 제기한 원고들의 임금 계약에 고정수당이 임금에 포함돼 있다면 이들에게 지불해야 할 체불임금 규모가 상당히 늘어날 것이라고 법조계 전문가들은 전망했다.한화생명은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그에 따라 후속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