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이틀째…'정부 탓' vs '무리한 요구' vs '샌드위치 신세'국토부 "못 받았다" vs 코레일 "안줄리 만무"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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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는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광장에서 '철도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선언했다.
노조측은 이번 파업이 철도안전을 지키고 공공성을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점을 강조했다. 파업의 책임도 코레일과 정부에 있다고 역설했다. 조상수 철도노조 중앙쟁의대책위원장은 이날 "(노조는) 파업 전 합의 타결이 마무리되길 원했지만, 국토부는 (4조2교대 전환을 위한) 신규 인력 증원안을 단 한 명도 제시하지 않았다"면서 "노조는 총파업 승리로 철도 공공성과 안전을 책임질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안전 인력 충원과 고속철도 통합에 답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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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욱 국토부 제2차관은 이날 철도파업 대비 비상수송대책본부를 찾은 자리에서 "(철도노조는) 정부가 한번도 대화를 안했다는데 얘기할 근거가 없다"면서 "노조에선 현행 3조2교대를 4조2교대로 전환하는 단순계산으로 4600명(41.4%) 증원을 요구하고 사측(코레일)은 1865명을 요구한다. (문제는 코레일에서 숫자만 요구했을 뿐) 구체적인 산정근거와 재원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논의 없이 파업부터 하고 드니까 당혹스럽다"고 지적했다.
김 차관은 "지난해 코레일이 900억원의 영업적자를 봤다. (사측 요구대로) 1800명만 증원해도 매년 3000억원씩 적자가 난다"며 "지금은 코레일의 산정근거와 재원대책이 하나도 없다. 국민 부담이 되는 거면 검토가 힘들다"고 못 박았다.
김 차관은 또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려는 코레일의 자구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뒤 "노조 요구를 바탕으로 단순계산하면 주당 근무시간이 31시간쯤으로 거의 전체 근로자의 최저 수준이다. 국민이 동의하겠냐"고 말했다. 노조가 생산성 제고없이 일만 덜하려 한다고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특히 국토부는 파업에 뒷짐만 지고 있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억울하다"며 "코레일에서 지난달 중순쯤에야 용역보고서를 보내왔으나 부족한 부분이 있어 자료 보완을 요구했다. (사측에서) 작성중으로 아직 (검토 자료가) 넘어오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코레일의 부실 늑장 대응으로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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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은 난감한 처지다. 주요 쟁점 대부분이 노사 협상을 통해 풀 수 있는 성격의 사안이 아닌데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발끈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철도노조 주요 요구사항은 △총인건비 정상화 △4조2교대 인력 충원 △생명안전업무 정규직화 △코레일·㈜에스알(SR) 통합 등이다. 코레일이 아니라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정부와 국회가 열쇠를 쥔 사안이다.
코레일 일각에선 국토부가 지적한 용역자료 보완 제출에 대해서도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코레일은 국토부 관리·감독을 받는 산하기관이다. 국토부가 자료를 요구했는데 외부 회계법인의 용역까지 마친 자료를 한달 가까이 보내지 않는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느냐"며 "용역업체 관계자까지 불러 (국토부에) 설명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노동계와 정부가 기 싸움을 하는 양상을 띠는 이번 총파업 국면에서 국토부와 코레일이 불편을 감수하는 국민을 상대로 진실게임을 벌이는 모양새까지 연출되고 있다.
코레일은 20일 근무체계 개편에 대해 내놓은 보도참고자료에서 "노사는 4조2교대 도입에 합의했고 이견이 없다.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전력공사 등 다수의 공기업도 이미 시행중이다"며 "(공사는) 외부용역을 통해 근무체계 개편에 필요한 소요인력(1865명)을 산출했고 정부에 증원을 요청해 현재 심의중"이라고 밝혔다.
근로시간과 관련해서도 국토부 설명과 달리 "현재 3조2교대 직원의 연간 근로시간은 2046시간으로 일본과 캐나다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