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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송도~마석)을 혈세로 건설할지,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할지가 이르면 내년 1월 중순쯤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애초 경제성분석(B/C)이 저조했던 B노선이 정부의 정책 관철 의지에 따라 널을 뛴 가운데 결국 열쇠는 국토교통부의 정책적 판단에 달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국토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설명을 종합하면 GTX B노선은 지난 8월부터 민자적격성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결론이 나올때까지 통상 6개월쯤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앞당겨질 공산이 크다.
국토부 관계자는 "가능한한 (결과를) 빨리 알려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내년 1월말이나 이르면 중순쯤 재정사업으로 할지 아니면 민자사업으로 건설할지 판가름 난다는 얘기다.
국토부 일각에선 민자적격성 분석(VFM·재정 절감률)이 재정을 투입하는 것보다 좋게 나오면 민자사업으로 추진하는게 당연하다는 분위기다. 문재인 정부들어 철도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분석 결과를 무시할 순 없다는 의견이다. -
현재로선 VFM값이 어떻게 나올지 예단하기 어렵다. B/C가 낮았던 만큼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의견과 그동안 정부가 보여준 정책적 의지를 고려할때 민자사업 가능성이 적잖다는 견해가 엇갈린다.
우선 민자사업 신중론은 GTX B노선의 B/C가 높지 않았던 점에 주목한다. B노선은 2014년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에선 B/C가 0.33에 불과했다. 100원의 돈을 썼는데 그로 인해 얻는 편리함이나 유익함은 33원에 그친다는 얘기다. B/C는 1.0을 넘어야 사업성이 있다고 본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민자사업 추진) 여건이 어렵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보고서에서 민자사업 추진이 타당하다고 확연하게 드러났던 GTX A노선, C노선과 달리 B노선은 분명치 않다는 설명이다.
반면 GTX B노선의 민자사업 추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VFM 값이 재정과 민자사업 경계에서 근소하게 나올 경우 결국 정부의 정책적 판단으로 사업추진 방식이 갈릴 수밖에 없어서다.
그동안 정부가 GTX B노선과 관련해 보인 정책적 의지는 무시할 수 없다. 올해 2월쯤 KDI가 수행했던 예타 중간보고에서 GTX B노선의 B/C는 0.8 남짓이었다. 이 노선의 예타 통과에는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한몫을 했다는 게 지배적이다.지난 4월 기획재정부가 예타 제도를 개선했고 B노선이 바뀐 기준을 적용받아 B/C가 올랐다는 설명이다. 제도개선에선 지역균형발전 등에 대한 정책적 분석 비중이 높아졌다. 실제로 GTX B노선은 3기 신도시 개발계획을 포함한 시나리오2의 B/C가 1.0이 나와 예타를 턱걸이로 통과했다. 3기 신도시 개발계획을 포함하지 않은 시나리오1은 B/C가 0.97이었다.
반면 B/C 값에 지역균형발전 등 계층화 분석값을 추가한 종합평가(AHP)에선 시나리오1과 2가 각각 0.516과 0.540으로 기준값인 0.5를 모두 넘겼다. 통상 도시개발계획은 실시계획이 승인된 이후에야 예타에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기 신도시 개발계획의 경우 아직 실시계획이 없는데도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이라는 이유로 기재부가 시나리오에 반영한 셈이다.
중간보고때까지만 해도 B/C가 0.8 남짓이었던 GTX B노선이 재정 당국의 제도개편에 힘입어 예타를 통과하자 정치권에서 내년 총선을 의식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조사를 수행하는 KDI가 국토부에서 넘겨받은 사업계획을 기초자료로 삼아 분석작업을 벌인다는 점도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여지가 있다는 해석을 낳는다.익명을 요구한 KDI 관계자는 "사업계획에 포함된 요금 등의 기본 가정은 (국토부가 어떤) 정책적 방향을 가지고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겉으로는 국토부가 KDI의 분석 결과를 기다리는 처지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KDI 분석의 원천자료를 국토부가 제공하는 만큼 국토부의 의지가 분석 결과에 투영될 소지가 없지 않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