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5단체 '정부 경영간섭 이대로 좋은가' 공동 정책세미나상법·자본시장법 개정안 강행 우려 목소리 "경영권 침해""정부가 설정한 '이상적인 지배구조' 강요하는 상법 개정안"
-
정부가 무차별적으로 시행령 개정을 통해 기업경영을 간섭하자 재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특히 상법·자본시장법 등을 개정해 기업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려는 움직임에 '경영권 침해'는 물론 헌법 체계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국회가 패스트트랙 정국으로 모든 일정이 마비돼 법안 심사가 미뤄지고 있지만 정부의 시행령 개정을 통한 기업 옥죄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경제연구원,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는 3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 센터에서 '시행령 개정을 통한 기업경영 간섭, 이대로 좋은가' 정책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5개 경제단체가 모인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정부의 시행령 개정 꼼수를 통한 기업경영 간섭에 대해 수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
- ▲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왼쪽 두번째부터), 조정식 정책위의장,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10월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정경제 하위법령 개정방안 당정협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가장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던 부분은 상법 개정안이었다. 법무부가 지난 9월 입법예고한 상법 시행령 개정안은 기업 이사회에 대한 규제를 늘린 대표적인 사례다.사외이사 최대 임기를 제한하는 것이 주요 골자로 퇴직임원이 사외이사로 옮겨가지 못하는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등 민간기업 이사회에 대한 규제를 한층 강화했다. 특히 이사나 감사 후보자의 범죄경력이나 세금 체납 여부 등 개인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등 위헌 논란이 우려되는 요소도 담겼다.현재 이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 중이며 연내 국무회의를 통과할 경우 내년 3월이면 시행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이를 견제할 국회는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둘러싸고 정쟁을 되풀이 하고 있어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상법 시행령 개정으로 사외이사 재직기간에 제한을 두는 것은 경영 자율성이 핵심인 상장회사들에게 과잉 적용한 것으로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과도한 규제"라고 지적했다.최 교수는 "주총 소집 통지서에 사업보고서 및 감사보고서를 첨부하라고 한 것도 시행령이 목표한 주총일 분산 효과가 없다"며 "안 그래도 촉박한 주총준비 시간만 단축시켜 기업에 혼란만 주고 있다"고 꼬집었다.실제로 상장사가 사업 및 감사보고서 기한을 한국거래소에서는 해당 기업을 상장관리종목으로 지정할 수 있다. 관리종목으로 한번 더 지정되면 상장폐지 대상까지 될 수 있다.최성현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본부장은 "상법시행령 개정안은 하위법임에도 상위법인 상법 배당제도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최 본부장은 "법률이 보장한 사업보고서 제출기간을 일방적으로 단축해 부실감사 우려가 있다"며 "사외이사 재직기간 제한도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했다. -
국민연금 연기금 등을 활용해 기업경영에 정부가 개입하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둘러싼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현행 자본시장법으로 규정하는 5%룰을 공적연기금 등에는 의무를 완화시키는 내용으로 700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기금이 더욱 사기업에 대한 입김을 강화할 수 있다는 부작용이 우려된다.최 교수는 "상위법인 자본시장법의 위임범위를 위반해 하위법인 시행령이 오히려 경영권을 더 강하게 흔들게 된다"며 "정부가 배당정책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문제"라고 했다.육태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권리남용을 통해 경영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경우까지 보고의무를 완화하는 것은 투자자 보호와 경영권 경쟁의 공정성 확보라는 5%룰의 입법 목적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혁신성장실장도 "불필요한 규제 남발로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에 쓸 자금을 경영권 방어에 낭비하게 만든다"며 "이런 환경이 투자 의지를 꺾어 국내 일자리를 해외에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김동욱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본부장은 "국민연금은 국민 노후생활 보장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재무적 투자자로서 수익성을 높이는데 주력해야 한다"며 "경영개입을 줄이는 동시에 기금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를 추진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박양균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정책본부장은 "모든 기업에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없는 지배구조란 있을 수 없음에도 시행령 개정안을 살펴보면 정부가 설정한 '이상적인 지배구조'를 기업에 강제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박 정책본부장은 "정부의 시급한 과제는 외국과 달리 포이즌 필, 차등 의결권, 황금주 등 적대적 M&A 방어책이 없는 상황에서 투자자오 경영권을 보호하고 악용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식대량보유공시제도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