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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이 전지사업본부에 인력을 보강하고 승진 인사를 대거 감행하는 등 배터리 사업 역량 강화를 과감하게 드러내고 있다. '패권싸움'이 본격화될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열 재정비 차원으로 해석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LG화학은 "사업성과에 기반해 신규 사업 및 미래 준비를 위한 R&D 및 제조·생산기술 분야의 인재 발탁 등 근원적 사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사"라며 총 30명에 대한 승진을 단행했다.
LG화학은 인사를 통해 노국래 전무, 차동석 전무, 김동명 전무 등 3명을 부사장으로 임명했다.
주목할 부분은 김 전무의 부사장 승진이다. 전무 승진 2년 만에 이례적으로 빠른 부사장 승진이다. 게다가 승진과 함께 자동차전지사업부장으로 선임됐다. LG화학이 주력하고 있는 자동차전지사업에서도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김 신임 부사장은 2017년 소형전지사업부장으로 보임한 뒤 원통형 전기차용 배터리 등 사업부를 지휘해왔다. 원통형 배터리는 일본 파나소닉이 강점을 지닌 배터리로, 그동안 파나소닉이 테슬라에 독점 공급해왔다. 내년부터는 LG화학도 테슬라에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한다.
LG화학은 "제품 개발, 생산 기술, 상품 기획 등 다양한 직무 경험과 전지산업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보유한 전지사업 전문가"라며 "2017년 소형전지사업부장으로 보임해 LEV시장 1등 지위 구축 및 신용도 개발을 통한 고객 확보, 원가절감을 통한 수익 개선, 고부가 제품 확대 등 소형전지사업의 지속적 이익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무급에서도 배터리사업부 출신들의 승진이 눈에 띈다. 구호남 남경 전지생산법인장(상무)과 이창실 전지·경영관리총괄 상무가 전무로 각각 승진했다. 또 전지사업 연구를 담당하던 최해원 연구원도 수석연구·전문위원으로 승진하면서 임원인사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상무로 선임된 19명 중에서도 전지사업본부 출신은 모두 7명으로, 총 27명의 임원승진자 중 10명이 전지사업본부에서 배출됐다.
LG화학은 인사발표와 함께 전지사업본부 최고생산조달책임자(CPO, Chief Production & Procurement Officer) 조직도 새로 구성했다. CEO 직속 조직으로, 전지사업부의 기존 주요 인력들을 재배치했다.
김명환 배터리연구소장을 선임해 원재료 구매부터 제조까지 전 과정을 총괄, 효율적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역시 배터리사업 강화일뿐더러 다른 사업 부문과 달리 전담 CPO조직까지 신설하면서 '특별관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전지사업의 근본적인 제조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LG화학 측은 "정기 임원인사와 전지사업본부 CPO조직 신설 모두 제조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고려된 것"이라며 "중대형 전지 부문의 경우 올해 ESS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빨리 안전성 강화 조치를 완료하고 사업을 정상적인 성장궤도에 올려놓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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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에서도 배터리 부문 강화 움직임이 포착됐다. 지난해 ㈜LG로 적을 옮긴 강창범 상무가 전무로 승진했다. 강 전무는 현재 ㈜LG의 화학팀장을 맡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그룹에서도 화학 사업에 힘들 더욱 싣는 인사를 단행했다는 평이다. 실제 LG화학의 경우 올해 분위기가 그다지 좋지 않았음에도 강 전무의 승진은 전지사업 등 미래 핵심사업에 좀 더 무게를 두는 결단으로 해석된다.
강 전무는 1971년생으로, 2016년 LG화학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직무는 전지사업의 경영전략 담당이었다. 이후 계속 전지사업을 관할하다가 지난해 권영수 ㈜LG 부회장의 부름을 받고 지주사로 이동했다.
올해 LG그룹의 인사는 성과주의에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전지사업은 LG화학의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 3분기 누적 매출 21조원 가운데 전지사업(5조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27.7%에 불과하다. 심지어 영업이익은 마이너스다.
최근 5년간 영업성적을 분석한 결과 매출액은 전년대비 평균 23.6%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15년 283억원 △2016년 456억원 △2019년 2046억원 등 세 차례나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총 1501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함형도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배터리 캐파는 2018년 35GW, 2019년 70GW, 2020년 100GW 등으로, 급격한 증설에 신규설비를 도입하면서 수율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여기에 ESS도 화재사고 여파로 국내 판매가 전무하면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전지사업본부 출신 인물들이 가장 많이 승진했다는 점은 현재 LG화학 내 핵심사업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앞서 외부인사 영입에서도 드러났다. LG화학은 신사업으로 드라이브 걸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사업과 관련, 폴란드 배터리 공장 수율정상화 등 현안에 부딪히면서 이를 타개하고자 '외부인사 영입'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번 인사를 통해 전무로 승진한 이창실 상무의 경우 LG전자에서 사업개발담당 상무로 지내다 최근 LG화학으로 넘어왔다. 입사 후 줄곧 LG전자에서 근무했던 이 신임 전무는 생산·재무·해외업무뿐만 아니라 IR 및 M&A도 지휘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이 전무가 맡게 된 전지경영관리 담당 내에는 경영관리팀을 비롯해 수주 및 물류 관리 등 부서가 있다. 전지사업과 관련된 전반적인 업무절차 등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IR 및 M&A 관련 업무를 최근까지도 담당했던 만큼 시장과의 소통은 물론, 투자대상 발굴 등에도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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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공장 수율정상화를 위해서는 지난 7월 정경득 부사장을 영입한 바 있다. 정 부사장은 LG전자 에너지사업부장을 맡다가 LG화학으로 이동, 전지제조지능화추진단장 겸 폴란드 안정화 태스크(Task)장을 맡게 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LG그룹이 전반적으로 외부인사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가운데 LG화학 역시 같은 맥락으로 전지사업에 힘을 줄 수 있는 인물 중심으로 채용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배터리 부문에 힘을 싣는 까닭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둘러싼 패권 싸움이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에서 자동차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전기차 생산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와 함께 한국과 중국, 일본, 유럽 기업간 전기차 배터리 선점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스웨덴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 노스볼트와 중국 CATL이 증설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BMW, 폭스바겐, 테슬라, 도요타 등 자동차 회사들이 직접 전기차 배터리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LG화학 입장에서는 경쟁자가 늘어난 셈이다.
여기에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CATL과 파나소닉의 양강 구도도 심화되고 있어 글로벌 1위 배터리 회사를 노리고 있는 만큼 전력투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종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사장은 10월 한 인터뷰에서 "1~2년 내 글로벌 1위 배터리 회사로 올라설 것"이라며 "20204년 매출 30조원은 물론, 매년 조 단위의 영업이익을 내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처시에 따르면 9월 기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파나소닉이 37.1%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CATL(22.5%)이 2위로 밀려났고, LG화학(10.7%)은 3위를 기록했다. 삼성SDI(3.8%)와 SK이노베이션(1.8%)은 각각 6위와 10위에 랭크됐다.